#. 남자친구가 얼마 전 군에 입대한 A씨.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전방 부대에 배치된 남자친구가 그리웠던 A씨는 추석 연휴를 맞아 면회를 가려 했지만, 집안 사정으로 갈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이 커진 A씨는 대신 남자친구가 좋아하는 과자들을 준비해 추석 선물로 보냈다. 비록 만나지는 못하지만 최근 부대에 보급된 수신용 공용휴대폰으로 안부를 물으며 그리움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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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3훈련비행단 장병들이 영상전화로 친지의 안부를 묻고 있다. 사진=공군 |
온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추석이지만 ‘보고 싶어도 마음대로 보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바로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곰신’(고무신의 줄임말)들이다.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자는 군 입대를 피할 수 없다. 군 복무는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것이지만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내고 홀로 기다리는 ‘곰신(고무신의 줄임말)’들의 그리움은 날이 갈수록 깊어져 간다.
특히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 연휴에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들을 바라보면, 본인도 모르게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가 생각날 수밖에 없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장병들에게 1박2일의 특별휴가를 주었지만, 경계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군의 특성상 많은 장병들이 부대에서 연휴를 보내야 한다.
때문에 곰신들은 남자친구가 복무중인 부대로 면회를 가거나 선물을 준비해 발송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곰신들이 많이 모여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최근 “면회 같이 가요”라는 글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남자친구가 복무중인 부대가 전방지역에 위치해 있을 경우 왕복에 시간이 많이 걸려 부대 인근에서 1박을 하기도 한다. 문제는 추석 연휴 동안 면회객이 많아 숙소를 잡기가 어려워 찜질방에서 묵을 수밖에 없는 경우다. 낯선 곳에서 찜질방에 혼자 머무르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어 곰신들로서는 행동하는 게 더 안전하다.
때문에 곰신들은 행선지를 게시판을 통해 올리고, 날짜와 지역이 같은 사람들이 모이면 카카오톡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움직인다.
면회를 가지 못하는 곰신들은 추석 연휴 전부터 남자친구들에게 보낼 선물 준비에 몰두한다.
훈련과 교육 등으로 지쳐있는 남자친구 군인들의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는 초콜릿 등 과자류는 물론 클렌징 크림 등 화장품도 인기 아이템이다. 과자를 선물할 때는 분대원들이 함께 먹을 수 있도록 넉넉한 분량을 박스에 넣는 것은 필수다.
걱정되는 마음에 필요하다 생각되는 물건들을 모두 채워 넣으면 큰 박스가 꽉 차는 것은 시간문제. 이를 우체국에 가지고 가는 것도 큰일이지만, 그래도 남자친구가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더 많이 보내주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다.
이밖에도 “이등병으로 자대 배치를 받은 남자친구 목소리에 힘이 없다”며 가혹행위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곰신, 휴가 복귀한 남자친구가 다시 보고 싶어 후유증을 앓는다는 곰신까지 각양각색의 에피소드들 속에 오늘도 곰신들의 남자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온라인을 가득 채우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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