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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부르는 명절증후군, 시월드 vs 처월드

입력 : 2015-09-27 09:52:36 수정 : 2015-09-27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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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생활 15년차 김씨(43·여)는 벌써부터 이번 명절이 두렵다. 남편을 비롯한 식구들은 놀기 바빠 김씨 홀로 일하기 때문. 더구나 거들지도 않는 시누이는 해놓은 음식에 투정까지 부린다. 김씨의 남편은 매해 돕는다 말만하곤 시댁에 들어서면서 뻗는다. 김씨에게 명절은 시댁에서의 아름다운 노역이 있어야만 '명절다운 명절'이다. 김씨는 "시댁식구들 하하 호호 웃는 소리 뒤편에서 일하고 있는 신세가 비참하기까지 하다"며, "이번에야 말로 명절을 앞두고 연출용 팔 깁스를 구입할까한다"고 굳은 결심을 보였다.

# 결혼생활 17년차 최씨(47·남)는 처가에 가는 것을 꺼려한다. 최씨는 "장인, 장모는 줄곧 '사위도 아들'이라 말하는 반면, 서운하게만 대하고 다른 집 사위와 비교 한다"고 하며, "비교만 당하는 아들이라면 싫다"고 하소연 한다. 최씨의 처가는 최씨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것에 대해도 불만이다. "처가에선 아내의 맞벌이에 대해 내 능력을 탓하고 못마땅해 한다"는 최씨는 "맞벌이 부부니 당연히 육아도 돕고 집안일도 돕는데도 사사건건 잔소리"라며 "아내가 아닌 처가식구들과 결혼한 것 같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국내 TV 드라마의 단골 소재는 단연 '시월드'였다. 시월드는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누이 등 '시(媤)자가 들어가는 사람들의 세상', 시댁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명절을 전후로 시월드 체험담, 고부갈등에 대한 하소연 등이 늘어나며, 일각에서는 댓글로 남녀간의 성대결이 벌어지기도 한다. 또한 명절을 앞두고 시댁행, 또는 가사노동 회피를 목적으로 연출용 팔깁스 (가짜깁스)가 위기의 주부들을 구원하는 명절대비상품으로 떠오르는 등 웃지 못 할 해프닝도 발생한다. 
◆ 명절시즌 며느리들의 최대 고민, 시월드

남성 중심의 사회였던 과거에는 여성의 인권이 낮았기 때문에 경제활동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남성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다 보니 아내는 집안의 일을 도맡고 거들게 됐으며, 가정 내에서의 의사결정권은 대부분 남편이 갖게 됐다. 반면, 집안에서 자녀양육과 가사노동, 각종 허드렛일까지 전담하던 아내는 상대적으로 발언권이 없다시피 한 존재였다.

대부분의 가정의 형태가 대가족이었던 과거에는 시집살이를 하는 며느리를 두고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이라는 표현도 있었다. 부당한 대우나 갈등이 있어도 못 들은 척, 못 본 척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SBS 백년손님-자기야 방송캡쳐
◆ 시집살이? 처가살이도 있다, 처월드

최근에는 시월드와 대비되는 개념인 '처월드'가 핫이슈로 급부상했다. 처월드는 사위가 장인, 장모 등 처가 식구를 어렵고 불편해 하며 생겨난 신조어다.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다. 처월드 역시 시월드 못지않은 가정불화의 원인으로 자리 잡으며, 이로 인한 이혼 사례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단골소재로 쓰이던 고부간의 갈등이 이제는 장서간의 갈등까지 다루며 '구박받는 남편', '처가에 잡혀 사는 남편'등의 내용도 주류를 이루기 시작했다. 일명 '못난 남편들'의 등장에 남자들이 공감을 하기 시작했고 처월드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

그 여파는 TV 예능프로그램까지 이어져 처월드에 고통 받는 유명인 남편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SBS 예능프로그램 '백년손님-자기야'는 운동선수 출신 사위'이만기', 의사 사위'남재현' 등이 출연해 처가살이를 경험한다. 프로그램 속 사위들은 장모의 지시대로 열심히 일했건만 돌아오는 건 매서운 호통 뿐, 장인과 단 둘이 앉아 TV를 보는 거실 공기가 무겁다. 이렇듯 장서간의 갈등으로 시월드 속 며느리 뿐 만 아니라 사위도 고통 받고 있다. 
SBS 백년손님-자기야 방송캡쳐
◆ 고부·장서 갈등의 원인은

1970년대를 기점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점차 급증하게 된다. '집사람'이라 불리던 아내들, 며느리들도 집 밖으로 나와 경제활동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인구는 2014년 통계청 조사결과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51.3%에 이른다. 과반수이상의 경제활동인구가 여성이라는 점은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됐다는 방증이다. 그 결과 남성들은 여성과 생계의 의무를 분담하게 되면서 여성들의 인권 또한 신장됐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사회적 지위 상승은 분명 환영할 일이며 성평등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고부갈등의 원인이 여성의 지위 변화에 따른 문제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양성평등과 사회발전을 위한 일종의 '성장통'이라 할 수 있다.

이밖에도 경제 불황 등으로 인해 자녀세대가 결혼한 이후에도 부모에게 정신적·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추세를 볼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시댁과 처가의 개입이 늘었다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또한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자녀양육을 시가와 처가에게 의지하는 가정도 많아졌으며, 이로 인해 부모세대가 부부에게 간섭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 시월드와 처월드,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

한 전문가는 처월드 문제에 대해 "처가와의 갈등 사례를 보면 대부분 아내가 처가에 지나치게 밀착하거나, 장인·장모가 개입한 경우다"며 "처월드는 어느 날부터 갑자기 나타난 문제가 아니라 그간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라면서 "각자 자신의 부모와 같은 편이 돼 배우자를 몰아붙이면 더 큰 갈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현명한 중간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가'와 '처가'는 남편이든 아내에게든 모두 낯설기 마련이다. 아내와 남편은 각각 자신이 독립된 가정을 이뤘다는 것을 인정하고, 시댁과 처가에 갔을 때 서로를 위한 적절한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부모세대도 과도한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 결혼은 가족 간의 결합이므로 시댁과 처가의 지나친 간섭은 부부갈등의 원인이 될 수 밖에 없다.

무슨 문제든 부부가 중심이 돼 해결하고, 부모세대의 현명한 협조가 함께한다면 고부·장서갈등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라이프팀 장유진 기자  jangyj04@segye.com

<남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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