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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상근예비역, 밤엔 장물아비…그들의 은밀한 생활

입력 : 2015-09-22 12:02:00 수정 : 2015-09-22 17: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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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친구인 안모(23)씨와 이모(21)씨는 각각 서울의 한 주민센터와 경기 지역 군부대에 복무 중인 평범해 보이는 상근예비역이었다. 하지만 밤이 깊어지면 이들은 범죄자로 변신했다.

안씨와 이씨는 지난해 12월부터 비정기적으로 밤 11시 서울 노원구 내 카페에서 김모(21)씨 등 4명과 ‘은밀한 만남’을 갖기 시작했다. 이 곳에서 안씨와 이씨는 김씨 등에게 스마트폰 제품명과 단가가 빼곡히 적힌 종이 한 장과 현금 50만원을 건넸다. 이들은 모두 친구거나 동네 선후배 사이인 관계였다. 안씨와 김씨는 같은 기간 소년원에서 함께 생활한 적이 있었다.
종이와 현금을 받아든 김씨 등 4명은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등 도로변에 나서 지나가는 택시를 상대로 화면이 켜진 채 빛을 발산하는 스마트폰을 흔들었다. 이들은 택시기사로부터 승객이 분실한 스마트폰을 매입하는 일명 ‘딸랑이’였다.

새벽 2시쯤 딸랑이들은 다시 안씨와 이씨를 만났다. 장물아비인 안씨와 이씨는 딸랑이들이 모은 스마트폰을 좀더 규모가 큰 장물아비에게 팔아넘겼다. 최근까지 이들 손을 거쳐간 스마트폰은 700여대로 시가 4억원 상당이었다. 이들은 장물 스마트폰 거래로 1대당 5만∼20만원의 이득을 취했다. 9개월 넘게 이어진 두 상근예비역의 ‘이중생활’은 최근 거래 현장을 덮친 경찰에 딸랑이가 붙잡히면서 막을 내렸다.
안씨 일당이 이용한 스마트폰 매입시세표. 서울 도봉경찰서 제공

서울 도봉경찰서는 장물취득 혐의로 안씨 등 2명을 검거한 뒤 군 헌병대로 인계했다고 22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딸랑이 역할을 한 김씨를 구속하고 나머지 3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과 거래한 택시기사 최모(57)씨 등 3명도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택시에 승차한 채로 거래를 하고 매입한 스마트폰을 인근 주택가 골목에 숨겨 놓는 등 경찰 수사에 대비하는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안씨 일당에게 스마트폰을 매입한 중간 수집책, 수출업자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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