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씨와 이씨는 지난해 12월부터 비정기적으로 밤 11시 서울 노원구 내 카페에서 김모(21)씨 등 4명과 ‘은밀한 만남’을 갖기 시작했다. 이 곳에서 안씨와 이씨는 김씨 등에게 스마트폰 제품명과 단가가 빼곡히 적힌 종이 한 장과 현금 50만원을 건넸다. 이들은 모두 친구거나 동네 선후배 사이인 관계였다. 안씨와 김씨는 같은 기간 소년원에서 함께 생활한 적이 있었다.

새벽 2시쯤 딸랑이들은 다시 안씨와 이씨를 만났다. 장물아비인 안씨와 이씨는 딸랑이들이 모은 스마트폰을 좀더 규모가 큰 장물아비에게 팔아넘겼다. 최근까지 이들 손을 거쳐간 스마트폰은 700여대로 시가 4억원 상당이었다. 이들은 장물 스마트폰 거래로 1대당 5만∼20만원의 이득을 취했다. 9개월 넘게 이어진 두 상근예비역의 ‘이중생활’은 최근 거래 현장을 덮친 경찰에 딸랑이가 붙잡히면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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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씨 일당이 이용한 스마트폰 매입시세표. 서울 도봉경찰서 제공 |
서울 도봉경찰서는 장물취득 혐의로 안씨 등 2명을 검거한 뒤 군 헌병대로 인계했다고 22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딸랑이 역할을 한 김씨를 구속하고 나머지 3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과 거래한 택시기사 최모(57)씨 등 3명도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택시에 승차한 채로 거래를 하고 매입한 스마트폰을 인근 주택가 골목에 숨겨 놓는 등 경찰 수사에 대비하는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안씨 일당에게 스마트폰을 매입한 중간 수집책, 수출업자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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