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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내 한국 문화재 환수 현재 문제이자 미래 과제”

입력 : 2015-09-20 21:05:33 수정 : 2015-09-20 21: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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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문제 연락회의’ 이양수 간사 범죄의 증명에 자백만한 것이 없다. 자백에는 범죄의 의도와 과정,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고 황수영 박사는 일제강점기에 벌어진 한국 문화재의 약탈과 훼손에 대한 일제의 자백을 모았고, 여기에 증언을 더했다. 한·일회담 당시 문화재 분야 협상의 대표를 지내며 부당하게 반출된 우리 문화재를 돌려받기 위한 근거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협상 결과에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했고, 1973년 그때까지 수집한 일본 학자의 논문, 관련 기사, 공문서 등을 모아 ‘일제기 문화재 피해자료’(피해자료)를 펴냈다. 못다한 환수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기 위해서였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한국·조선 문화재 반환문제 연락회의(연락회의)의 이양수 간사는 지난달 나온 피해자료의 증보판 출간을 주도했다. 

한국·조선 문화재 반환문제 연락회의 이양수 간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일본에 있는 한국 문화재의 환수는 현재진행형의 문제이자 미래에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일본에 있는 한국 문화재의 환수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진행형의 문제이고, 미래에도 해결해야 할 아주 중요한 과제다.”

피해자료가 나온 지 40여년이 지난 지금 사진과 자료를 보충하고, 해제를 붙여 증보판으로 낼 만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주최한 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입국한 그를 최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났다. 이 간사는 연락회의를 이끌며 문화재 환수활동을 꾸준히 벌여온 재일교포다.

-증보판을 내기로 한 계기가 무엇인가.

“3, 4년 전에 서점에서 피해자료를 본 한 일본인이 일본어로 번역을 부탁했다. 번역 작업 자체는 어렵지 않았는데 황수영 선생이 전문가라 핵심적인 단어만 열거한 게 있었고, 수집한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도 보였다. 황 선생이 인용한 자료의 원문을 확인해 보충하다 보니 원래의 것보다 2, 3배의 정도의 양으로 증보판이 만들어졌다.”

-이 책의 의미가 무엇인가.

“일제가 벌인 문화재 약탈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다. 일본에서 환수해야 할 문화재가 아직 많기 때문에 (책이 담긴 내용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미래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본판 출판도 앞두고 있다. 일본 독자들이 읽을까.

“일본인들은 자국 내 한국 문화재 현황을 잘 모르고 사실 관심도 없다. 일본 언론이 한국의 환수 요구가 부당하다고 보도하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거의 일본의 잘못을 알리고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피해자료를 들여다보면 일제가 훼손된 한국 문화재를 복원하거나 일본으로 나간 것을 되돌려놓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도 심심찮게 있다. 일제가 한국 문화재를 잘 관리했다는 것으로 오독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간사도 이런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일본 내의 ‘혐한’ 분위기 속에 한국을 공격하는 자료로 쓰일 수 있는 건 사실이다. 문화재라는 개념을 심어줬다느니, 관련 법률도 제정했다느니 주장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피해자료가 일제가 만든 공문서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피해자료는 당시 일상화된 문화재 약탈, 훼손을 보여주는 것으로 읽어야 한다.”

실제 피해자료는 가장 노골적인 형태의 문화재 훼손을 전하고 있다. 2차대전이 막바지로 접어들던 1943년 일제는 ‘유림의 숙정 및 반시국적 고적의 철거령’을 내려 반일·항일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20여기의 비석이 파괴됐다. ‘이순신대첩비’, 이성계의 왜구 격파 사실을 담은 ‘황산대첩비’ 등이 대상이었다. 보신각종을 물자 공출의 대상으로 본 공문서도 소개하고 있다.

한국의 민간단체, 지방자치단체 등이 일본에서 벌이고 있는 환수작업에 대한 견해도 물었다. 소장처인 오쿠라문화재단과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경기도 이천오층석탑, 평양 율리사지석탑의 환수작업이 대표적이다.

“이천석탑은 불법적으로 반출되었다는 명백한 자료가 있기 때문에 소송을 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율리사지석탑은 평양에 있던 거라 북한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율리사지석탑의 경우에는 북한과 관계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두 석탑의 환수를 한 가지 사안으로 묶어 다뤄서는 안 된다.”

-일본에 있는 북한 문화재 환수와 관련한 작업이 진행 중인 것이 있나.

“북한이 워낙 상식적으로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라서….(웃음) 예전에 도쿄국립박물관에서 근무했고 지금은 도쿄대 교수로 있는 사람이 있다. 연락회의에서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한 북한 문화재 반환에 대해 물었더니, 일제강점기 당시 돌려준다고 약속을 했고 지금은 학술조사도 마쳤으니 자기네들이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 평양이 요구하면 돌려주겠다는 말을 했다. 박물관 재직 당시에 한 말이 아니라 아쉽긴 하지만 그런 사실이 있었다.”

-북한 문화재를 돌려줘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는 의미인가.

“남·북한 문화재 때문에 도둑놈 취급 당하는 것을 좋아할 리는 없는 것 아닌가. 연락회의에 참여하는 일본인 중에 현직에서 활동 중인 문화재 전문가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남의 나라에서 훔쳐온 문화재를 (일본의) 국보라고 지정하고 국립박물관에서 전시하는 것에 대해 창피해서 참을 수 없다고 말한다. 돌려주고 도둑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일본인들이 적지 않다.”

글·사진=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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