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필요성 인정… 부작용이 더 커"
새누리당 의원들이 화폐단위 개혁(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일단 리디노미네이션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지만 그 취지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리디노미네이션이란 화폐가치에 변동을 주지 않으면서 거래단위를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53년 100원을 1환으로 변경하고 1962년에는 10환을 1원으로 바꾼 이후 화폐개혁을 단행하지 않았다.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은 17일 열린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올해 제일 큰 이슈가 리디노미네이션"이라며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환율의 숫자가 크다"고 지적했다.
류 의원은 "이미 시중 메뉴판에 5000원은 5.0으로 쓴다"며 "경제규모에 비해 달러 대비 환율 숫자가 크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60년 전에 비해 600배 늘고, 국내총생산 역시 300배 이상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여당 의원인 박명재 의원도 국감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화폐단위가 커서 '0'을 붙이면 불편해지면서 민간 분야에서 자연스럽게 리디노미네이션이 확산하고 있다"며 "우리 경제 요건을 감안했을 때 화폐개혁의 골든타임은 지금이 최적기"라고 주장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면 화폐 단위를 낮춘 새 돈을 발행해야 하고 금고에 있던 옛 돈을 신권으로 바꿔야 해 지하자금을 양성화하고 세수를 증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화폐개혁은 제대로 못 하면 독이 되지만, 적기에 추진하면 경기 회복과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며 "조속히 공론화를 시작해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고 답했으나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답변했다.
이주열 총재는 "회계 장부상의 편의성, 거래상의 편의성 도모, 원화의 대외 위상에 맞는다는 장점 등이 있지만 부작용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부작용에 대해 "새로운 화폐를 발행하게 되면 신권과 구권을 국민들이 혼용해서 써야 한다는 단수 압력이 작용하고 물가상승 압력이 있을 수 있다. 또한 경제주체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총재는 "한은은 화폐개혁에 있어서는 당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오해의 소지를 가져올 수 있다. 중앙은행 차원에서의 논의가 아니라 사회적인 차원의 공감대가 필요한 사안이다"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그간 리디노미네이션을 실시할 경우 현 화폐의 강제 환수, 화폐교환 제한, 예금 동결 등 비상조치가 수반되는 만큼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총재의 이런 태도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과거 한은 역시 화폐개혁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2003년 박승 전 한은 총재는 전격적인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한 언론사의 인터뷰에서 박승 전 한은 총재는 "리디노미네이션은 우리 경제가 반드시 해야 할 숙제다. 물가상승률이 낮아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는 만큼 지금 단행하면 경기 부양의 효과까지 낼 수 있다"고 재차 지적하기도 했다.
김슬기 기자 ssg14@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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