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유엔총회 기간 중 미국 대통령이 주로 머물렀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은 중국과 러시아 정상의 숙소로 탈바꿈하게 됐다.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어디에 투숙할 것인지에 대한 광범위한 고려가 있었다"며 "가용한 공간이 있는지 여부에서부터 비용, 안보상의 문제에 이르까지 모든 것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호텔을 바꾼 결정적 이유가 힐튼 계열이었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이 지난해 10월 중국 안방(安邦)보험에 인수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 호텔에 투숙할 경우 중국 측 스파이 행위의 표적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됐다는 것이다.
외교전문지인 포린 폴리시(FP)는 "호텔이 중국 측에 넘어간 이후 중국 관리들이 이 호텔에 감시장치를 설치해 미국 대통령과 측근들이 하는 비밀대화를 도청할 것이라는 공포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이 집권후 처음으로 뉴욕을 방문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10년 만에 처음으로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투숙할 예정이라는 점도 오바마 대통령이 숙소를 옮긴 이유 중 하나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롯데그룹이 최근 인수한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에 투숙하기로 했다.
FP는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에 대해 "가까운 동맹국인 한국의 재벌인 롯데그룹 호텔부문이 인수해 이름을 바꾼 호텔"이라며 "국무부는 이 호텔에서 외교활동을 수행할 계획이며, 오바마 대통령은 28일 이 호텔에서 국가 정상 및 고위인사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호텔은 지난해 5월 8억500만달러(9000억원)로 '뉴욕 팰리스'을 인수한 뒤 명칭을 '롯데 뉴욕 팰리스'로 바꿨다.
지난 1931년 뉴욕 맨해턴 중심부인 파크 애비뉴에서 문을 연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은 1993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브루클린 브릿지와 함께 뉴욕 시의 공식 상징물로 선포된 유서깊은 호텔이다.
이 호텔은 허버트 후버 대통령(재임기간 1929∼1933년) 이후 84년간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유엔 총회가 열릴 때마다 주로 투숙, 외국 정상과 외교관들을 만나는데 이용했던 장소다.
허버트 대통령은 1931년 이 호텔의 개관식에 참석해 "국력의 신장을 보여줬다"고 극찬했고 퇴임후 거처를 이곳으로 정했다.
1950년대에는 더글라드 맥아더 장군이 한동안 이 호텔의 스위트룸에 묵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신혼 첫날밤을 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1947년 이후 유엔주재 미국 대사의 대부분이 이 호텔 42층의 펜트하우스 아파트를 사저로 활용했으며 현 서맨사 파워 대사도 이곳에 살고 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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