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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법전 |
1958년 제정된 민법은 어려운 한자식 표현도 많다. 독촉하거나 촉구한다는 뜻의 ‘최고(催告)’, 건너편 기슭을 뜻하는 ‘대안(對岸)’, 짜거나 모의한다는 뜻의 ‘통정(通情)’, 낡아서 쓸모없게 됐음을 뜻하는 ‘후폐(朽廢)’, 임신이란 뜻의 ‘포태(胞胎)’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법무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본식 표현과 제정 당시의 어려운 한자어 등을 걷어낸 민법 개정안을 25일 입법예고했다. 국민의 일상생활에 직접 적용되는 기본법인 민법을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알기 쉽게 바꾸는 것이 목표다.
그동안 일상생활에서 직접 민법의 적용을 받는 일반 국민들이 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법무부는 2014년 9월 ‘알기 쉬운 민법 개정위원회’를 신설해 지난 6월까지 약 2년 동안 총 31회의 회의를 열어 민법 개정안을 가다듬었다. 위원회는 서민 충남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윤철홍 숭실대 교수, 김제완 고려대 교수, 현소혜 성균관대 교수 등 저명한 민법학자와 판사·검사·변호사, 법제처 관계자 등 11명의 전문가로 구성됐다.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민법 개정안은 현행 민법의 표현 중 주요 용어 133개, 문장 64개를 순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조부터 1118조까지 민법 전체 조문 가운데 1057개 조문을 정비하는 대작업이었다. 구체적으로 총칙편에서 151개, 물권편에서 189개, 채권편에서 392개, 가족편에서 325개 조문이 개정 대상이 됐다.
이번 민법 개정안은 국립국어원의 감수를 받아 마련된 결과물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법과 국민생활의 소통의 기회가 증가하고, 국어학적 측면에서도 모범이 됨으로써 민법이 명실상부한 ‘국민생활의 기본법’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기본법인 민법의 개정은 다른 법령의 정비 기준을 제시해 우리나라 전체 법체계 선진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광복 7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를 맞아 대한민국 법률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민법에 남아있는 일본식 표현을 걷어내고, 광복 이후 우리 법의 독자적 발전 성과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과 신뢰를 높여 ‘국민과 함께하는 법문화’를 확립하는 바탕이 됨은 물론 법률 전문가만 이해할 수 있는 법이 아니고 국민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법을 만듦으로써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믿음의 법치’를 실현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 법령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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