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男의 시선도 사로잡는 남자] 완생을 향해 나아가는 '미생의 작가', 윤태호

관련이슈 男의 시선도 사로잡는 남자

입력 : 2015-08-20 14:07:38 수정 : 2015-08-21 09:29:30

인쇄 메일 url 공유 - +

 
출퇴근시간 지하철 안에는 DMB로 TV를 시청 중인 이들, 숙면을 취하거나 음악 감상에 열중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중 스마트폰의 스크롤을 내리며 무언가에 열중하는 이들도 많다. 이들 중 많은 수의 사람들이 보는 것은 '웹툰'이다.

웹툰은 인터넷이나 모바일 장비에 최적화된 만화로, 각종 대형 포털이나 유료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 코믹, 로맨스, 호러, 일상툰 등 수많은 장르, 파생장르들이 있어 많은 이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만화를 즐길 수 있다. 평소 만화를 즐기지 않던 이들도 몇몇 웹툰을 꼬박꼬박 챙겨보기도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웹툰의 업데이트 요일을 알람까지 맞춰놓고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도 많다.

학생부터 직장인, 주부, 심지어 점잖게 양복을 빼입은 중장년 신사들까지도 집중해서 웹툰을 본다는 점은 과거 만화가 청소년들에게 유해하고 아동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왔던 부정적 인식을 돌이켜봤을 때 놀라운 일이다. 특히나 만화에 대한 온갖 규제와 편견들 속에서도 꾸준히 한 길을 걸으며 사이버 공간으로 무대를 옮긴 ▲허영만 ▲이현세 ▲황미나 등 유명 작가들의 소식은 반갑기까지 하다.

◆ 만화에서 웹툰으로, 무대의 '이동'이 아닌 '진화'

과거 한국 만화는 정부의 검열, 시민단체로 부터의 질타 등 온갖 핍박을 받아왔다. 당시 만화는 유해매체라는 꼬리표를 떼어버리기가 쉽지 않았고 더불어 일본만화가 앞서 있었기에 한국에서의 만화는 어디까지나 '일본만화의 아류' 혹은 '비주류문화'에 머물러 있었다.

만화에 대한 인식 변화는 인터넷 서비스의 보편화와 함께 시작됐다. 초창기 웹툰은 높은 접근성과 무료서비스라는 무기로 이용자들을 공략했고, 그 결과 2000년대 초반부터 젊은 연령층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웹툰이 현재의 대중성을 갖게 된 것은 2009년,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통해 웹툰을 볼 수 있다는 접근성, 그리고 웹툰을 연재하는 대형 포털들이 이용자 편의를 위해 웹툰을 모바일환경에 최적화하는 등의 간편함 덕분에 웹툰 이용자 인구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됐다.

사진=SBS '런닝맨' 방송 캡쳐
웹툰 문화가 대중들에게 친숙해지자, 웹툰에 대한 관심을 넘어 웹툰 작가에 직접 도전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웹툰을 서비스하는 대형 포털은 이러한 웹툰작가 지망생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우수한 작품은 정식 연재하기도 한다. 누구나 웹툰 작가가 될 수 있게 됐고, 출중한 그림실력은 아니더라도 좋은 내용과 공감대 형성을 잘한다면 일반인도 인기 있는 작가가 될 수 있다. '야매요리'의 정다정 작가, '외모지상주의'의 박태준 작가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는 90년대 대본소 만화 붐 당시의 유명 작가들이 웹툰을 연재하는 사례도 있다. '떠돌이 까치', '아마게돈', '공포의 외인구단' 등 수많은 명작을 만든 이현세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시대가 바뀌고 독자가 변했으니 변화를 인정하고 포기할 건 포기한다"며 종이 책만 고집해오다가 웹툰에 도전하게 된 심경을 밝힌 적 있다. '타짜', '식객' 등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만화가 허영만 또한 '꼴',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등 성공적으로 웹툰에 데뷔했다.

기성작가들의 경우, 작품 자체의 재미는 이미 인정받은 셈이나, 출판만화와 웹툰은 표현방식과 연출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절대다수의 만화가 칸의 구성으로 장면을 표현하는 반면 웹툰은 아래로 내리며 보는 스크롤다운(scroll down)형식이기 때문. 기존의 만화를 단순히 온라인에 올리기만 하는 방법은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스크롤다운 뿐만 아닌 다양한 페이지 구성을 시도 하고, 심지어 컷마다 효과음, 움직임을 넣는 기법도 사용되고 있다. 
사진=SBS '힐링캠프' 방송 캡쳐
◆ 웹툰 영상화의 성공작 '미생', 윤태호의 눈으로 그려낸 한국 사회

최근에는 인기 웹툰을 연극,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도 인기다. 강풀 작가의 경우 '아파트', '바보', '이웃사람', '26년' 등이 영화되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또한 특유의 개그감각으로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는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는 시트콤으로 제작이 확정됐다. 그리고 지난 해 더 말할 필요도 없을 만큼 전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tvN '미생' 또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사진=tvN '미생' 방송 캡쳐
2013년 10월 완결된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은 종합상사 신입사원 '장그래'의 고군분투 직장생활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숱한 화제를 낳았다. 미생은 원작 웹툰도 연재 당시 큰 성공을 거뒀지만 드라마화 되면서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드라마는 원작의 수많은 팬들이 미생의 매력요소로 꼽는 ▲사회생활을 바둑에 빗댄 상황들 ▲현실적이고 감동적인 인간관계 표현을 드라마를 통해 잘 표현해내 호평 받았으며, 각종 CF와 관련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드라마 미생의 전국적인 흥행으로 지난 해 하반기는 말 그대로 '미생들의 전성시대'였다. 특히 미생은 극을 통해 '비정규직', '갑질' 등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재조명하며 사회전면에 부각시키기도 했다. 그 결과로 비정규직 고용계약 연장법, 일명 '장그래 구제법'과 관련해 갑론을박이 펼쳐지거나 조직의 내부고발 등의 민감한 문제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남겼다. 

사진=영화 '이끼' 포스터
많은 이들이 윤태호를 미생의 원작자로만 알고 있을 수 있으나, 윤태호는 이미 전부터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만화가다.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영화화 된 '이끼 (2008)'는 한국 사회를 이끼처럼 뒤덮고 있는 음흉한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로, 윤태호작가 특유의 긴박한 전개가 돋보이는 명작이다. 이끼는 '제9회 독자만화대상 2010'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2012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선정한 한국만화 명작 100선에 포함되기도 했다.

또한 그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문제작 '야후 (1998)'는 서해 페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 80~90년대의 굵직한 재난에 얽힌 문제들에 대해 조명, 1999년 문화관광부 주관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했다. 이렇듯 윤태호는 미생 이전부터 줄곧 사회의 부조리와 비리를 날카롭게 그려내며 그만의 영역을 만들어 왔다.

최근 완결된 따끈따끈한 신작 '파인'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1970년대 속물 범죄자들의 이야기를 잘 그려냈으며, 연재종료 이전부터 영화화가 확정되기도 했다.

◆ 한국, 웹툰으로 새로운 만화 강국에 등극하다

만화 '드래곤볼'이나 '원피스'로 유명한 일본, 그리고 만화 속 온갖 슈퍼히어로들의 본고장 미국. 흔히 일본이나 미국 등 만화콘텐츠 산업이 활발하고 시장규모가 큰 나라를 '만화대국' 혹은 '만화왕국'이라 칭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한국 역시 이 만화 강대국의 대열에 합류할 만큼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뽀롱뽀롱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 등의 아동애니메이션의 성공적 해외진출과 함께 한국 웹툰이 세계 곳곳으로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라인 웹툰 홈페이지 캡쳐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는 지난 2012년 일본으로 수출된 바 있으며, 웹툰 '꽃미남 어린이집'은 중국에서 영화화가 확정됐다. 이밖에도 다양한 웹툰들이 해외에 번역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이러한 성공적 해외진출로 인해 웹툰을 새로운 한류 트렌드로 예상하는 이들도 많다.

지난 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웹툰 시장의 규모가 1719억 원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이는 전년대비 약 15%가량 성장한 수치다. 또한 웹툰 산업은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해외 수출 등 그 잠재력으로 인해 계속해서 성장해나갈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의 웹툰은 아직까지 '미생'이다. 한국 웹툰이 세계적으로 퍼져나가 '완생'되려면 시장의 질적 성장,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이 새로운 만화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라이프팀 차주화·장유진 기자 cici0608@segye.com

<남성뉴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에스파 카리나 '민낮도 아름다워'
  • 한소희 '완벽한 비율'
  • 최예나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