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식당(가명)'의 위치는 경기도 신도시 지역이다. 매장 콘셉트는 유치원 이전의 아이와 부모가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음식점이다. 지역의 인구 통계를 분석하니 4인 가족 이상의 다자녀 가구가 많고 연령층도 10세 미만, 10대, 30대가 중심인 주거 밀집 지역으로 외식을 위해서는 꽤 먼 거리를 차로 이동해야 하는 지역밀착형 상권이었다. 외부 조건은 매장 콘셉트에 적합한 곳이었다. 개별 메뉴의 구성도 나쁘지 않고,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맛있게 만들어 내는 내부역량도 어느 정도 갖췄다.
매장을 오픈할 때 고려하지 못한 점은 도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비력이 낮기 때문에 가격저항력이 높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세계식당'은 지역 내에서 비싼 집으로 소비자 인식이 굳어져 있었다. 또한 총 인구수 대비 전입과 전출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었는데 오픈 이후로 주기적인 홍보활동이 없어서 신규고객 유입은 점점 감소하고 재방문 고객도 어느 순간 확 줄어들었다. 홍보 전략을 세우고 고객관리 방법의 변경도 진행됐지만 손쉽게 메뉴판을 개선한 것만으로도 매출증가 효과가 즉시 있었다.
▲메뉴를 큰 구분으로 묶기=정보를 자세히 전달할 목적으로 메뉴군을 많이 나누면 소비자에게 혼돈을 준다. 또한 메뉴판을 너무 오래 보게 되면 오히려 부가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세계식당'도 한 장의 메뉴판에 너무 다양하게 나뉘어 있어서 메인, 어린이, 단품요리, 디저트, 음료 5가지로 구성을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재료수급이 부담스러운 메뉴와 판매량이 저조한 메뉴를 삭제했다.

▲메뉴 이름 변경하기=메인메뉴 중에 '아빠 상차림'과 '엄마 상차림'이 있었다. 메뉴판을 보자마자 사장님께 '아빠 상차림' 을 엄마가 주문해도 되는지 묻는 손님이 있지 않느냐고 여쭤봤다. “어떻게 아셨나”면서 엄마들이 간혹 물어보는 경우가 있으며 이상하게 아빠들은 아빠 상차림 이외에는 잘 주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질문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 정서상, 물어보는 고객이 간혹 있었다면 묻지 않고 다른 메뉴를 주문한 고객은 매우 많을 것이다. 더욱이 어린이 메뉴를 어른은 절대 주문하지 않는 것처럼 메뉴에 이름을 부여하는 순간 그 메뉴의 고객이 특정된 것이다.
원재료비와 판매가를 반영한 계획된 판매 전략이 아니라면 '아빠 상차림'이 매출에 기여를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상생활에서도 비슷하다고 용어를 잘 못쓰면 의미 전달이 달라지듯 사물의 이름이 가지고 있는 힘은 실로 막강하다.
이럴 땐 차라리 매장의 이름에 알파벳이나 숫자를 넣어서 '세계 상차림 A', '세계 정식 1'처럼 일반적인 메뉴명을 만드는 것이 훨씬 유리한다. '햄과 달걀후라이 정식', '고추장 돼지고기 정식'처럼 주요 원재료를 표시해 직관적으로 고객이 알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트리비아뉴욕(주) 대표 >
<남성뉴스>남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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