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치하에서 벗어나 광복을 맞은 지 7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에는 일제의 잔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졸업식 때 교장의 회고사(誨告辭), 학년 말 학생들의 졸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열리는 사정회(査定會) 등은 모두 국어사전에도 나와있지 않은 일본식 단어들이다. 하지만 우리말인 양 여전히 쓰이고 있다. 또 아침조회나 두발·복장 검사 등의 교문 지도도 일제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학계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물론 바뀐 것도 있다. 정부가 1995년 8월11일 국민학교의 명칭을 초등학교로 바꿨다. 국민학교의 국민은 일본 황제의 신하된 백성이라는 뜻의 황국신민(皇國臣民)의 줄임말이다. 하지만 이 명칭을 일제강점기 후반인 1941년부터 50년 넘게 사용했었다. 일본이 일장기를 액자에 넣어 걸어뒀던 것을 그대로 써왔던 교실 액자 태극기 역시 2002년부터 거의 자취를 감췄다.
군사훈련 등이 위주였던 교련 과목이나 일본 무사들이 적의 목을 베어온 수를 등급으로 매긴 것으로 알려진 수-우-미-양-가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일제 군국주의, 아직도 학교현장에
일제는 1938년 국가총동원법을 선포한다. 중일전쟁을 일으킨 뒤 전쟁에 전력을 집중하기 위해 일본뿐 아니라 한반도에서도 노동력과 물적 자원을 마음대로 동원하기 위해서다. 대륙 침략의 야욕을 불태웠던 일제 파시즘 체제의 법적 기반이 된 셈이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은 “당시 일제 군국주의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레 ‘학교의 병영화’가 이뤄졌다”며 “병영화는 결국 가장 창의적이어야 할 학교에서의 통제와 위계, 획일 등의 폐단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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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군 복장입고 수문장 교대식 광복 70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수문장 교대식이 열리고 있다. 평소에 입던 조선시대 전통의상 대신 일제와 맞서 싸운 광복군 복장을 한 수문장들이 눈길을 끈다. 연합뉴스 |
박 실장은 “이러한 내면적 정신을 교육받은 사람들이 한국 교육의 기성세대가 돼버린 것도 문제”라며 “단순한 언어나 형식상의 일제잔재 청산이 아닌 민주시민의 장으로 돌아가는 근본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도한 입시경쟁도 일제 잔재
일제는 통치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해 한국인의 우민화를 꾀했다. 이 때문에 한국인 지식계급의 확대를 막아야 했고 상급학교의 입학허가자 수를 제한했다. 이러다 보니 대학의 서열화가 발생했고 과도한 입시경쟁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의 학계의 중론이다. 또 당시 경성제국대학 등의 입시에서 일본어(국어), 영어, 수학 등의 배점을 높이면서 국·영·수가 중요과목으로 떠올랐고, 나머지 과학·사회 분야의 과목들은 단지 암기과목으로 치부돼온 것이 지금까지도 내려오고 있다.
박철희 경인교대 교수는 “근대교육이 일제 때 형성됐고, 대학을 가야지 출세를 할 수 있다는 풍토가 생겨났다”며 “단순히 일제 잔재 청산이라는 것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우리나라 교육 전반, 사회 전반에 남아있는 이러한 시스템은 차차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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