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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심을 잃어버린 시대… 의로움 되돌아보다

입력 : 2015-08-12 21:19:06 수정 : 2015-08-12 21: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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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개봉 박흥식 감독작 ‘협녀, 칼의 기억’ “사사로움을 끊는 것이 협(俠)이라 했다.” “사사로움을 끊어내는 것이 협(俠)의 길이다.”

영화는 두 번씩이나 힘주어 ‘협(俠)’의 의미를 강조한다.

피로 이어진 ‘연(緣)’보다도 뜻으로 맺어진 ‘의(義)’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의(義)’를 집중 조명하며 부각시킨다. ‘애초 잘못된 일’은 다시 처음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영화가 건네는 메시지다. 설령 잘못된 일이라 할지라도 부모의 의중이 그러하다면 이를 묵묵히 따르는 게 미덕인 줄 알았다. 하지만 영화는 부모자식 간의 혈연으로 야기된 ‘배신’을 당당히 ‘의’로써 닦아낸다.

의협심(義俠心)을 잃어버린 이 시대, 정의(正義)를 외면하는 지금 세태를 돌아보게 만든다. 혈연, 지연, 학연 등 각종 연(緣)에 의해 발생하는 야욕과 새로운 권력을 따라가는 기득권층의 집단 이기주의를 꼬집기도 한다.

‘애초 잘못된 일’은 다시 처음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하는 무협액션 ‘협녀:칼의 기억’.
떠먹여주는 밥에 익숙해진 관객이라면, 영화를 잘못 읽어내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대나무를 밟는 게 ‘와호장룡’을 닮았다”는 둥, “주인공들이 휙휙 날아다니는 게 장난 같아 보인다”는 등의 말밖에 내뱉지 못한다. ‘입맛’보다 무서운 것은 ‘눈맛’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쳐다만봐도 되는 할리우드 영화에 너무 길들여진 탓이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로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을 거머쥐며 데뷔한 박흥식 감독은 ‘인어공주’로 일본 유바리 국제판타스틱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세계적인 실력을 인정받았다. ‘사랑해, 말순씨’, ‘천국의 아이들’ 등 세상을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과 캐릭터의 감정을 탁월하게 잡아내는 연출력으로 멜로, 판타지,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두루 섭렵해온 그가 이번엔 사극 액션 ‘협녀, 칼의 기억’을 위해 11년 동안 칼을 갈았다. 긴 시간 시나리오에 공을 들인 그는 검에도 사연이 있다는 설정 아래 칼이 지배하던 고려 말 무신의 시대, 피할 수 없는 숙명의 세 검객 이야기를 스크린에 풀어놓는다.

기존 사극과의 차별화는 영화의 든든한 강점이다. 숭불정책의 영향으로 건축이나 의복 등 모든 면에서 조선시대보다 화려하고 웅장했다는 점에 착안, 이를 거침없이 영화미술로 표현해낸다. 권력가들의 권위를 상징하는 유백(이병헌)의 사저, 무술 대회장, 무령궁 등에는 높은 기둥을 세우고, 수평적으로도 거대하고 긴 공간을 만들어 객석에 위압감을 전한다. 특히 무령궁 세트는 무형문화재 장인이 만든 가벽을 세우고, 금으로 용 문양을 새긴 카펫을 깔았다. 월소(전도연)가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다원은 당시 아라비아와 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지던 이국적 분위기의 공간으로 꾸며냈다. 유백이 월소를 가두는 밀실은 여러 겹의 문과 발로 분리해 두 사람 사이의 심리적인 거리감을 표현한다.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함뿐만 아니라 각 장면에 담긴 드라마와 감정, 시대적 분위기까지 살려내고 있다. 

“유백은 악인이지만 매우 입체적인 인물이다. 양면성을 가진 이병헌이 배역에 적절했다. 월소는 모성과 여성성, 강인함이 공존하는 배우가 맡아야 어울릴 법한데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여배우는 전도연뿐이었다.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18년 동안 복수의 그날만을 기다려온 홍이 역에는 나이가 어리더라도 이병헌과 전도연에 필적할 만한 에너지가 있어야 했다. 김고은은 자신만의 묘한 매력을 가진 크게 성장할 배우다. 홍이가 가지고 있었으면 하는 모습을 그녀에게서 발견했다. 건강하고 사내다운 모습의 이준호는 영화 속 율과 겹치는 접점이 분명했다. 기교 없이 선보이는 연기가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캐스팅에 대한 박 감독의 설명이다.

화면 가득 눈이 날리는 끝부분의 혈연 간 대결과 판타지로 처리한 마지막 장면은 제법 오래 기억될 듯싶다.

굳이 광복절에 맞춰 13일 개봉하는 것은 친일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데서 우리 현대사의 뒤틀림이 기인하며 이를 처음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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