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당시 고지 탈환 부대 지휘, 北포로 이력에 사상 의심 상처
선친 자존심 지켜드리고 싶어 휴전선 평화공원 조성도 추진
제5유엔사무국 유치 성사되길”
독일에서 통·번역가로 활동 중인 임진(52·여)씨의 두 아들 휴대전화에는 가슴 가득 훈장을 단 외할아버지의 사진이 저장돼 있다. 독일에서 나고 자라 올해 19살, 14살이 된 두 아들은 사진 속 외조부의 모습을 보며 한국인으로서의 뿌리를 되새기곤 한다. 그들의 외조부는 6·25전쟁 당시 백마고지의 영웅으로 불린 고 임익순 예비역 대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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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고지 영웅’으로 불린 고 임익순 예비역 대령의 딸 임진씨. 임진씨 제공 |
1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임씨는 “아버지는 자신을 ‘백마고지 전투에서 최초로 적을 맞이했고 최후로 고지를 탈환한 부대장’이라고 회고하곤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임 대령은 6·25전쟁 막바지 북한군에 포로로 끌려갔다가 휴전과 동시에 귀환했다. 이로 인해 주변으로부터 사상을 의심받고 상당히 힘들어했다고 한다. 임씨는 “상처받은 아버지를 ‘아버지의 조국’은 치유해주지 않았다”며 “뼛속까지 군인이셨던 아버지의 자존심을 지켜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임씨는 이를 위해 2013년 임 대령의 회고록인 ‘내 심장의 파편’을 출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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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임익순 대령 |
그는 현재 휴전선 가까운 지역에 평화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임씨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꼽히며 보잉, BMW, 피아트 등 세계적인 기업의 제품을 디자인한 루이지 콜라니 교수가 평화공원 조성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그와 함께 ‘문화적 접근을 통한 통일’의 실마리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임씨는 “통일은 남북한 사이 신뢰를 구축하는 일과 동시에 유엔 주변 국가들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 한다”며 “최근 추진되고 있는 제5유엔사무국 유치도 잘 진행된다면 통일로 가는 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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