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해 2월 1차 고위급접촉 당시 국방위원회를 앞세우며 대화 파트너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콕 집었다. 정책 결정 실권이 있는 상대와 직접 대화하겠다는 의사 표시였다. 전통적 대화 창구인 ‘통통 라인’은 비껴나 있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대화 주도권을 내준 남한의 통일부와 군부 눈치를 살펴야 하는 북한의 통전부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지난해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한 북한의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와 당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승용차에 동승하고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면서 ‘통통 라인’ 복원에 대한 기대감이 잠시 생겼으나, 그때뿐이었다. 정부는 두달 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 명의로 대북 대화 제의를 했다.
2014년 10월 전격적으로 남한을 방문한 북측 최고위급 대표단이 인천의 한식당 ‘영빈관’에서 우리 대표들과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국가안보실 내 인적 구성과 의사 결정 구조 역시 박근혜정부 1기 때와 본질적으로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통통 라인’이 복원되려면 상대방 입지를 서로 강화시켜 줘야 하지만 남북한 모두 내부 의사결정 구조상 어려워 보인다. 최근 김양건 비서 모습이 북한 공식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점을 보면 그가 표면적으로는 건재한 듯 보이지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전향적인 대남 정책 방향을 얘기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라는 게 정보 당국의 분석이다.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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