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김모(23·여)씨는 친구들과 단체 채팅 등을 할 때 이모티콘을 자주 쓴다. 김씨는 "동성친구끼리는 물론 소개팅남 등 이성과 카톡으로 대화할 때 특히 '웃음(@^^@)' 표시 등의 기호나 이모티콘을 자주 활용한다"고 했다.
“이모티콘만으로 문장을 쓸 수 있을까?”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이모티콘은 이미 새로운 세계 공용어가 됐다면서 다른 언어를 배울 때와 마찬가지로 지적 능력과 연습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WSJ은 '나는 어떻게 이모티콘으로 글 쓰는 것을 좋아하게 됐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스마트폰의 사용으로 이미 생활 일부분이 된 이모티콘을 어떻게 인식하고 사용해야 하는지를 소개했다.
우선 WSJ은 이모티콘을 언어로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각각 다른 의미의 이모티콘이 여러 개 나열되면서 문장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중국어와 유사한 면도 있지만 문법과 단어·의미론 등은 전혀 없는 언어라는 것.

'이모티콘 언어'가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자동차와 집 모양의 이모티콘이 나란히 찍힐 경우 "나는 집에 간다", "집에서 차를 운전하고 나왔다"로 모두 해석될 수 있고 '차고'를 뜻하기도 한다.
이모티콘은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릴 때 문자가 표현할 수 없는 ▲제스처 ▲얼굴 표정 ▲억양 등을 나타내는 보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요즘은 글자 없이 이모티콘만으로 표현되는 문장도 등장하고 있다. WSJ은 "이모티콘을 보조적으로 사용하더라도 당신의 머리가 시각적으로 생각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외국어를 배울 때 단어를 외워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모티콘의 세계에서도 단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했다.

이모티콘 사용에 익숙한 한 사용자는 "이모티콘만으로 문장을 만드는 것은 영어로 문장 쓰기와 비슷하며, 단어를 전체적으로 알 때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 숫자로 '100'이라고 쓰지 말고, '100'이라는 숫자가 표현된 이모티콘을 그대로 찍어서 쓰라는 것이다. 다만, 이용자가 찾는 이모티콘이 늘 풍부한 것은 아닌 게 문제라고 WSJ은 전했다.
보통 남자와 여자의 화법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오죽하면 이 남자가, 혹은 이 여자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해석해달라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하루가 멀다고 올라올까. 이러한 남녀 화법 차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이모티콘과 문장부호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박선우 계명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가 현대문법연구에 게재한 논문 <SNS 모바일 텍스트의 언어학적 양성>을 보면 이러한 내용이 나온다. 박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댓글을 ▲10대 ▲20대 ▲30대 ▲40대 이상의 댓글을 성별로 50개씩 총 400건을 수집해 그 차이를 분석했다.
우선 텍스트 길이에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없었다. 남성이 평균 41.18바이트, 여성이 평균 41.61바이트로 글을 썼다. 스마트폰이 아닌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여성의 텍스트가 남성의 텍스트보다 길었다는 과거의 분석결과와 상반되는 수치다.
길이에 상관없이 한 건당 30원씩 문자메시지 이용료가 부과되던 환경과 달리, 요즘은 패킷 단위로 데이터 요금을 부과하거나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으로 그는 분석했다.
하지만 이모티콘과 문장부호 사용량에서는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다. 여성이 이모티콘이나 문장부호와 같은 비언어적·시각적 기호를 많이 썼다. 페이스북 텍스트 한 건 당 남성은 평균 0.36자, 여성은 평균 0.90자의 이모티콘을 사용했다. 즉, 여성이 남성보다 2.5배 많은 이모티콘 문자를 쓴 셈이다. ‘!·?·∼·…’와 같은 문장부호 역시 여성이 평균 2.15자씩 사용해 남성(1.37자)의 문장부호 사용량보다 1.6배로 많았다.
박 교수는 "정보 전달보다는 사교적 기능이 강한 SNS에서 여성이 감정과 느낌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려는 경향이 남성보다 강하다"고 설명했다.
성별과 연령을 동시에 구분하면 20대 여성이 이모티콘을 평균 1.58자로 가장 많이 사용했고, 30대 여성이 문장부호를 평균 2.67자로 가장 자주 썼다. 남성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SNS 화법 특징도 있다. 바로 사투리다. 대구·경북 지역에 거주하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글을 수집해보니 성별로는 남성이, 연령대별로는 20대가 지역어의 변이형을 자주 사용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지역어에 우호적이고, 여성이 남성보다 표준어 지향태도가 뚜렷하기 때문이라는 게 박 교수의 분석이다.

모바일 메신저에서 이모티콘을 즐겨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성(性)생활'이 활발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최근 데이트 서비스업체 매치닷컴이 미혼자 5675명에게 물어본 결과 이런 결론을 얻었다.
이번 연구 지원에 나선 러트거스 대학의 헬렌 피셔 박사의 설명대로라면 이모티콘 사용자 가운데 54%가 지난해 성관계를 가졌다. 반면 이모티콘 비사용자 중 지난해 성관계를 가진 이는 31%에 그쳤다.
이모티콘을 많이 쓰는 이들은 성관계 횟수도 느는 추세다. 남녀 불문하고 메시지 보낼 때마다 이모티콘을 한 번 이상 쓰는 이는 전혀 쓰지 않는 이들에 비해 성관계가 한 달 1회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는 이모티콘 사용자가 문자메시지 대화에서도 성적으로 매력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즐겨 사용하는 이모티콘에 따라 성적 취향도 다르다. 일례로 키스와 연관된 이모티콘을 자주 사용하는 여성은 쉽게 절정에 이르는 경향이 있다. 피셔 박사는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을 이모티콘이 표현해주고 있다"면서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잘 표현하는 이들이 데이트나 결혼에 성공하는 확률도 높다"고 말했다.
이모티콘 사용자들의 결혼을 원하는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 이모티콘 사용자 62%가 결혼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모티콘 비사용자 중 결혼하고 싶다고 답한 비율은 30%에 그쳤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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