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9월 26일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한 국내외 귀빈들과 언론인들이 자리했다. 304만㎡(92만평) 규모의 안흥시험장은 유도무기, 함포 등 각종 개발 무기를 시험하는 곳이다. 이날은 국내 최초로 개발된 ‘백곰(NHI)’ 유도탄의 발사 장면을 보기 위해 모였다.
통제소 건물(MCC)에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굉음과 함께 백곰 유도탄이 불기둥을 뿜으며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백곰이 100여㎞ 떨어진 목표 상공에 도달해 표적을 향해 수직낙하 중이라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뒤이어 표적 지점에서 일으킨 물기둥이 탄착지점에 있던 카메라에 찍혀 모니터상에 나타났다.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참관인들은 일제히 만세를 불렀다. 백곰 미사일 발사 성공으로 대한민국은 꿈에 그리던 ‘유도탄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백곰 미사일 개발에 놀란 미국이 반발하며 실전용 미사일 개발에 큰 차질을 겪었다.
3일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개발된 사거리 800㎞대 현무-2C 시험 발사가 성공했다. 사실상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현무-2C는 2017년부터 육군 미사일 사령부 예하 기지에 배치될 전망이다.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는 지난 2012년 말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따라 탄도미사일 사거리가 300㎞에서 800㎞로 늘어나면서 이뤄졌다. 국방부 제공 |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8년 안흥시험장에서 최초의 국산 미사일 ‘백곰’의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백곰 미사일 성공으로 한국은 ‘유도탄 시대’를 열었으나 미국의 반발과 견제로 실전용 미사일 개발에 오랫동안 제동이 걸렸다.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
박근혜 대통령이 3일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사거리 500㎞ 이상의 현무-2B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아버지가 찾은 지 37년 만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안흥시험장을 방문했다. 청와대 제공 |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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