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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도발 무력화 '킬 체인' 확장…전략적 가치는

입력 : 2015-06-03 19:09:49 수정 : 2015-06-03 23: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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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 800㎞ 탄도미사일 시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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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9월 26일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한 국내외 귀빈들과 언론인들이 자리했다. 304만㎡(92만평) 규모의 안흥시험장은 유도무기, 함포 등 각종 개발 무기를 시험하는 곳이다. 이날은 국내 최초로 개발된 ‘백곰(NHI)’ 유도탄의 발사 장면을 보기 위해 모였다.

통제소 건물(MCC)에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굉음과 함께 백곰 유도탄이 불기둥을 뿜으며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백곰이 100여㎞ 떨어진 목표 상공에 도달해 표적을 향해 수직낙하 중이라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뒤이어 표적 지점에서 일으킨 물기둥이 탄착지점에 있던 카메라에 찍혀 모니터상에 나타났다.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참관인들은 일제히 만세를 불렀다. 백곰 미사일 발사 성공으로 대한민국은 꿈에 그리던 ‘유도탄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백곰 미사일 개발에 놀란 미국이 반발하며 실전용 미사일 개발에 큰 차질을 겪었다.

3일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개발된 사거리 800㎞대 현무-2C 시험 발사가 성공했다. 사실상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현무-2C는 2017년부터 육군 미사일 사령부 예하 기지에 배치될 전망이다.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는 지난 2012년 말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따라 탄도미사일 사거리가 300㎞에서 800㎞로 늘어나면서 이뤄졌다.
국방부 제공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79년 정부는 미국과 ‘한·미 미사일 각서’를 교환했다. 이 각서에는 ‘미국이 미사일 기술을 제공하되 한국은 최대 사거리를 180㎞로 한정한 탄도미사일만 개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로 인해 군이 보유한 ‘현무’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180㎞에 맞춰졌다. 이같이 미국이 수십년간 한국의 미사일 능력을 휴전선에서 평양까지의 거리인 사거리 180㎞ 이내로 묶은 것은 한반도 주변국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이 무렵 북한은 소련제 스커드-B 미사일을 토대로 사거리를 1000㎞대로 늘린 노동미사일을 만들어냈고 남북한 간 미사일 사거리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그로부터 37년이 흐른 3일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안흥시험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사거리 500㎞ 이상 현무-2B 개량형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다. 박 대통령은 “오늘 시험에 성공한 최첨단 유도무기가 앞으로 군의 핵심전력으로 자리 잡아 국방을 더욱 튼튼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8년 안흥시험장에서 최초의 국산 미사일 ‘백곰’의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백곰 미사일 성공으로 한국은 ‘유도탄 시대’를 열었으나 미국의 반발과 견제로 실전용 미사일 개발에 오랫동안 제동이 걸렸다.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박 대통령의 이날 현장 방문에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국방부 장관, 김요환 육군참모총장,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장명진 방사청장 등이 수행했다. 군 관계자는 “(우리가) 미사일 개발 기술을 가진 상태에서 사거리가 500㎞냐, 800㎞냐는 큰 의미가 없다”며 “오늘 시험발사는 오히려 박 대통령이 안흥시험장을 찾아 아버지의 유업을 계승한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3일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사거리 500㎞ 이상의 현무-2B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아버지가 찾은 지 37년 만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안흥시험장을 방문했다.
청와대 제공
그럼에도 사거리 500㎞ 이상 탄도미사일의 전략적 가치는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남한 어디에서라도 북한을 겨냥할 수 있다는 심리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어서다. 개전과 동시에 북한의 장사정포 진지는 물론 각지에 산재한 전략시설을 신속하게 타격할 수 있다. 유사시 선제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 ‘킬 체인(Kill Chain)’의 핵심 구성요소로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북한의 다양한 미사일 전력과 비교하면 이러한 전력은 아직도 턱없이 열세다. 북한은 사거리 3000㎞로 괌까지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무수단(BM-25)’을 실전 배치한 데 이어 1만3000㎞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08’을 개발 중이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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