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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용빙하(用馮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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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6-01 20:57:28 수정 : 2015-06-01 20: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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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지도자에겐 결단의 소양도 필요불가결하다. 뜨거울 땐 뜨겁고 냉정할 땐 냉정한 굳센 실천의지다. 그렇다. 지도자는 집단을 이끌기에 항해하는 선박의 선장에 비유되곤 한다. 선장이 올바른 항로로 선원들을 잘 이끌고 가면 승객과 선박을 예정된 항구에 무사히 도착시킬 수 있다. 그러나 무능하고 나태해서 목표를 잘못 정하거나 선원들을 제대로 지휘하지 못하면 그 항해는 실패한다. 세월호의 참극처럼!

‘주역(周易)’은 태평성대와 소통의 세상을 상징하는 지천태괘(地天泰卦)에서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을 이렇게 제시하고 있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황하를 맨몸으로 건너는 용맹, 소외됨 없이 멀리 있는 이까지 버리지 않고, 패거리 붕당을 없애며, 중도를 행하면 존경을 받으리라(包荒 用馮河 不遐遺 朋亡 得尙于中行).”

과단성과 용기를 의미하는 ‘용빙하’(用馮河)의 빙(馮)은 맨발로 물을 건넌다는 뜻이다. 배나 뗏목 없이 맨발로 걸어서 강을 건너려 하는 것이다. 지도자의 남다른 결단력과 용기를 나타낸다. 근래 우리 정치인들이 대혁신을 하겠다며 쏟아내는 말들은 섬뜩할 정도다. 툭하면 ‘뼈를 깎는다’고 다짐한다. 명의(名醫) 화타가 독화살을 맞은 관우의 뼈를 깎아내 치료할 때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바둑에만 열중했다는 ‘괄골요독’(刮骨療毒)에서 비롯됐다.

‘환골탈태’(換骨奪胎)도 자주 쓰는 말이다. 수련을 통해 평범한 몸을 늙지도 죽지도 않게 탈바꿈시킨다는 도교 용어이다. 직역하면 ‘뼈대와 태를 바꾼다’는 내용이니 독한 표현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김상곤 혁신위원회 출범을 맞아 “저 자신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내용이다. 중국 춘추시대 말기 제(齊)나라의 대장군 전기와 책사 손빈이 전투력 약한 말 3마리로 강적을 이긴 고사에서 유래됐다. 현란한 언변보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 수권능력을 보여주는 제1야당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用馮河 : ‘맨발로 걸어서 강을 건넌다’는 내용으로 지도자의 남다른 결단력을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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