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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7000여개 계단 올라 천상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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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28 17:55:08 수정 : 2015-05-28 17: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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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통하는 곳… 中 태산을 가다
정상이 가까운 벽하사 입구에서 내려다 본 천가. 600m의 평편한 길이 펼쳐져 있다.
등산이 아니라 ‘등천’이다. 하늘에 오르는 일. 태산(泰山) 등정을 현지인들은 이렇게 일컫는다. 진시황 이후 72명의 중국 황제들이 태산의 정상인 천주봉(天柱峰)에 올라 옥황대제를 모신 옥황정(玉皇頂)에서 하늘에 제를 올렸다. 이들은 한 해의 업적과 잘못한 일을 낱낱이 고하고 다음해 할 일을 허락받았다. 

중국 산둥성 타이안에 우뚝 선 태산(타이산)은 황산(황산·안휘성), 무이산(우이산·푸젠성), 노산(루산·장시성), 아미산(어메이산·쓰촨성)과 더불어 중국 오악(五嶽)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으뜸이라 하여 오악독존(五岳獨尊)이란 별칭이 붙었다. 
동악, 태악, 대종 등으로도 불리다가 춘추시대(BC 722∼BC 481)부터 태산이란 이름으로 정착했다. 만물이 생성되는 동쪽에 자리하며 가장 강한 기운을 뿜어내 신성한 산으로 여겨져 왔다.
천가를 걸으며 바라본 태산의 정상.

태산에 올라가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산의 입구인 일천문(一天門)에서부터 정상까지 난 7412개의 계단을 부지런히 오르는 것이다. 네다섯 시간이 걸린다. 내려다보면 현기증이 날 만큼 계단이 가파르다. 오르는 도중에 손과 발, 네 발로 기어오르는 진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태산의 입구 일주문. 뒤로 멀리 장엄한 태산이 보인다.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과 사진 찍어 주는 사람들이 뜸해질 무렵 오대부송(五大夫松)이 나온다. 진시황이 태산에 오르다 비를 피했다 하여 오대부란 관직을 부여받은 소나무다. 이곳을 지나면서부터 계단은 더욱 가팔라진다. 다행히 중간중간 널찍한 판이 열여덟 번 나와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십팔반(十八盤)이다. 여름 성수기에는 돈을 받고 가마꾼들이 관광객을 실어 나르기도 한다. 하산할 때는 더 위험하고 무릎이나 발목 관절에 부담도 크므로 다른 길을 골라 내려오는 게 낫다. 
7412개 계단의 종착지 남천문. 오른쪽 아래로 손과 발, 네 발로 기어오르게 만드는 가파른 계단이 보인다.

두 시간을 걸어 중턱에 이르면 중천문(中天門)이 나온다. 여기서 정상 부근의 남천문(南天門)까지는 케이블카가 다닌다. 남천문 주변에는 첨노대(瞻魯臺)가 있다. 멀리 노(魯)나라를 바라볼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남천문에서 정상 옥황정까지 약 600m에 이르는 산마루가 바로 ‘천가’(天街·하늘길)다. 천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구름이 낀 날은 마치 천상을 거니는 것 같다. 음식점과 숙소, 기념품 판매소 등이 늘어선, 들판처럼 평편한 길이다.
천가 입구의 문. 하늘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정상에 다가가면 태산의 주신을 받드는 도교사원 벽하사(碧霞祠)와 거대한 돌에 글씨를 새겨 놓은 대관봉(大觀峰)이 나타난다. 글자가 없는 5.2m짜리 사각비석 무자비(無字碑)도 반겨준다. 한무제가 2100여년 전에 세웠다. 
송나라 때 지어진 벽하사는 도교의 유명한 사찰로 벽하운군의 상을 모시고 있다. 중국 산악건축의 걸작으로 꼽힌다.
태산의 장엄한 풍광에 겸손한 마음으로 한 글자도 적지 못했다는 설이 전하고, 후세인들이 평가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자를 새기지 않았다는 말도 있지만, 진시황이 의약과 농경, 진나라의 역사서를 제외한 ‘시경’과 ‘서경’, 제자백가의 책을 수거하여 태운 분서(焚書)의 의지를 천명하기 위해 세웠다는 이야기도 제법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무제가 세웠다는 무자비. 태산의 장엄한 풍광에 한 글자도 적지 못했다는 설이 전한다.
무자비를 지나 50m를 더 오르면 마침내 옥황정을 만난다. 경내에 ‘태산극정(泰山極頂) 1545m’라고 새긴 표지석이 서 있다. 유명한 시조 때문에 태산을 매우 높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라산보다 낮다. 산의 정기를 받으려는 관광객들과 향을 태우며 소원을 비는 분향객들이 장사진이다.
1545m의 정상을 알리는 옥황정 경내의 표지석. 비 우(雨)자가 인상적이다.

힘든 등정이 싫다면 산아래 입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중천문까지 올라간 다음 다시 케이블카를 이용해 남천문에서 내리면 된다. 하산 또한 역순으로 하면 된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신성한 ‘태산’을 너무 쉽게 오르내린 탓인지 뒤따르는 허탈감을 떨쳐낼 수가 없다.

태산에는 ‘한국길’이 있다. 계단을 싫어하는 한국 관광객들을 위해 마련한 두 개의 트래킹 코스다. 봉선대전∼망태령∼천촉봉∼옥황정의 천촉봉 코스(3시간30분)와 직구저수지∼칼바위 능선∼옥황정(4시간30분)의 칼바위능선 코스다. 8시간에 걸쳐 두 코스를 모두 종주할 수도 있다. 
대개 비경과 스릴이 어우러진 칼바위능선 코스를 찾는다. 한국 전문 등반가들에게 자문해 2013년 10월 개설했다. 대부분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올랐다가 칼바위능선으로 내려온다.

중국의 5위안(元) 지폐 뒷면에는 태산과 오악독존이라 쓰여진 비석이 그려져 있다. 이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권력 못지않게 민심과 하늘이 중요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타이안(중국)=글·사진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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