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수함의 결정체인 아기에게는 항상 기적이 함께 하는듯하다. 땅이 갈라지고 산이 무너지는 천재지변에도 구조되는 기적 같은 일이 이어지고 있다. '세상에 때 묻지 않았으니, 아직 하늘로 오지마라'는 메시지일까.
지난 18일(현지시각), 콜롬비아 북서부 지역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수도 보고타에서 북서쪽으로 520km 정도 떨어진 안티오키아 주 살가르 지방에 폭우가 쏟아져 산이 무너진 것이다. 20일까지 파악된 사망자만 80명에 달해 1999년 이후 콜롬비아에서 일어난 '최악의 산사태'로 불리고 있다.
잔해를 뒤지는 구조대의 간절한 마음을 하늘이 알아본 것일까. 생후 11개월인 호세프 다아스가 무너진 흙더미에서 얼굴이 파묻힌 상태로 이날 발견됐다. 다아스를 구출한 지점은 원래 살던 집에서 무려 2km나 떨어진 곳이었다. 다아스는 흙더미가 집을 덮치고, 자신을 쓸어내려 가면서 2km나 떠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다아스는 발견 당시 의식이 없고 눈을 감은 채 숨만 쉰 것으로 알려졌다. 몸도 아주 차가웠다. 다행히 다아스는 구조대에 발견 된 후, 맥박과 호흡 등이 정상으로 돌아왔으며, 근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는 중이다.
구조대는 다아스가 침대에 있었기 때문에 살아났다고 보고 있다. 침대를 감싼 완충재가 각종 충격으로부터 다아스를 보호한 덕분이라는 것이다. 다아스는 찰과상과 타박상, 갈비뼈 골절 등이 있지만 생명에는 지장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네팔 지진 때도 생후 4개월 된 아기가 지진 발생 22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돼 많은 이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구조된 아기 이름은 소닛 아왈이며, 카트만두 동쪽 바크타푸르의 집에 있다가 건물이 붕괴되면서 잔해에 깔리는 봉변을 당했다. 당시 아왈의 아빠는 아들을 찾아 이곳저곳을 뒤졌지만, 더미에 깔린 아들을 결국 찾지 못하고 땅만 바라봐야 했다.
아왈은 구조에 동원된 군인들에게 극적으로 발견됐다. 군인들은 아왈의 희미한 울음을 듣고, 흙먼지를 파헤쳐 무사히 구출했다.
아왈은 모자 달린 옷을 입고 있어 추운 밤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던 것으로 구조대는 추측했다. 아왈의 구조가 극적으로 느껴진 건 구출까지 걸린 시간과 더불어 군인의 손에 들렸을 때 카메라에 포착된 표정이 보는이의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카메라 속 아왈은 눈을 꼭 감은 상태로 따스한 햇볕을 마주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BBC·데일리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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