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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사자 유해발굴 작업에 참여한 장병들. 사진-국방부 |
‘어학병, 동반입대병, 직계가족복무부대병, 연고지복무병, 분소대 전투병, 지식재산관리병, 정보보호병…’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매우 낯선 이 이름들은 군 당국이 일반병과 병행해서 각 부대에 배치하는 ‘모집병’의 일부다.
모집병은 입영대상자가 자신의 적성과 특기에 적합한 군대 보직에 지원해 합격하면 해당 주특기에서 의무 복무가 가능한 제도다.
예전에는 모집병 중에서 해·공군 정도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입대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군 입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하루라도 빨리 병역의무를 마치고 싶은 사람, 전공과 군 복무를 연계해 ‘경력 단절’을 방지하고픈 사람들이 몰리면서 군 모집병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 연간 13만여명 모집병 입대, 경쟁률 6대 1 넘어
16일 병무청에 따르면, 지난해 모집병으로 입대한 사람은 13만6649명에 달한다.
군별로는 육군이 9만5846명으로 가장 많았고, 공군이 1만7918명, 해병대 1만3127명, 해군이 9758명을 차지했다. 학력별로는 대학 이상이 11만5365명으로 전체의 84.4%를 차지했으며 고졸 이하는 2만1284명으로 나타났다.
모집병의 기본 정원은 2012년부터 13만여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지원자 수는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어 경쟁률이 높다.
육군 모집병의 경우 작년 경쟁률은 6.25대 1로 가장 높았으며, 해군은 5.2대 1, 해병대는 4.8대 1, 공군은 5.9대 1을 기록했다.
군 관계자는 “육군 모집병은 해·공군에 비해 복무기간이 짧은 반면 적성이나 특기, 기술을 살릴 수 있어 지원자가 더 많이 몰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병무청은 입영대상자들 사이에서 모집병의 인기가 높아지고, 군의 첨단화에 따른 숙련된 기술인력 확보를 위해 모집병 정원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육군의 모집병 정원은 작년에 비해 7430명이 늘어난 10만1553명으로 결정됐다. 기술행정병이 6만3682명으로 가장 많으며, 지난해 군 가혹행위 대책의 일환으로 신설된 분소대 전투병(GP/GOP 등 최전방 경계 담당)도 1만명을 새로 모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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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장병들이 탐색격멸작전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
해군은 9029명, 해병대는 1만2900명, 공군은 1만8007명을 올해 모집한다. 대부분 일반병과지만 기계나 운전, 시설 등의 분야에서도 각각 수백명을 모집한다.
모집병에 지원하고자 하는 입영대상자는 매월 초 병무청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가 가능하다. 지원서를 작성할 때 본인의 전공과 자격증 등을 입력하면 지원이 가능한 모집병 특기를 조회할 수 있다.
선발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1차 선발, 면접, 범죄경력 조회 등의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다. 육군의 동반입대병과 직계가족복무부대병, 연고지복무병, 분소대 전투병 등은 전산 추첨으로 선발한다.
김용두 병무청 부대변인은 “모집병 지원에서 입영까지 걸리는 시간은 일반적으로 3개월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 “내게 적합한 모집병 특기는 어떤 것일까”
모집병으로 병역의무를 마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적성과 특기, 경력, 전공과 연관성이 강한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 특히 육군의 모집 분야는 기술행정병만 136개, 전문특기병은 40여개에 달해 ‘대학 입시’ 수준의 세심한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
기술이나 특기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람은 자신의 개인적인 환경을 고려하면 모집병의 ‘좁은 문’을 뚫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동반입대병이다. 친구나 동료와 함께 입대해 같은 부대 생활관에서 복무하는 것으로 육군의 경우 올해 1만5000명을 모집한다.
동반입대병으로 지원하면 일반 징집병보다 빨리 입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일부 입영대상자들은 생면부지의 사람을 친구라고 속여 동반입대를 신청하기도 한다.
조부모나 부모, 형제자매가 복무했거나 현재 생활중인 부대에서 군 생활을 하는 직계가족복무부대병도 있다. 지원하고자 하는 사람은 육군 1·3군 예하 35개 부대를 대상으로 지원이 가능하다.
자신의 주소지나 거주지가 전방지역인 사람은 연고지복무병을 선택할 수 있다. 육군 1·3군 전방지역에 소재한 22개 부대에서 연고지복무병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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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도서 수색작전 중인 해병대 연평부대원들. 사진=국방부 |
전역 후 사회 진출에 필요한 ‘목돈’을 마련하고자 하는 사람은 유급지원병에 지원하면 된다. 병무청에서 지원하면 3년간 복무한다. 의무복무기간은 병사로 근무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하사로서 월 200만원 수준의 보수를 받는다. 현역 복무 도중 지원하면 6~18개월을 하사로서 근무하며 월 140만원을 받게 된다. 유급지원병은 첨단장비 운용에 투입되는 만큼 기술 관련 자격증이나 학교 전공 등이 필수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거주했거나 유학 경험이 있는 입영대상자는 어학병에 지원해보는 것이 좋다. 군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아랍어에 능통한 사람을 어학병으로 모집하고 있다.
고졸 이하 입영대상자는 맞춤특기병을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맞춤특기병은 입대 전 본인의 적성에 맞는 기술훈련을 수료하고 해당 분야와 관련이 있는 기술특기병으로 입대해 복무한다.
맞춤특기병 지원자는 기술훈련 기간 동안 훈련비와 수당이 지급되며, 훈련을 마치고 취업하면 24세까지 입대연기가 가능하다. 입대를 원하는 경우에는 시기와 부대를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 전역 후에는 전 직장으로의 복직이 보장되며 다양한 취업 정보가 제공된다. 전역 후 3개월 안에 취업하면 근속 기간에 따라 취업성공수당(20만~100만원)도 지급받는다.
군 관계자는 “모집병은 전공과 경력, 환경을 활용해 군 복무를 하는 장점이 있다”며 “군 복무와 사회생활을 연계하면 경력 단절 등의 위험을 피할 수 있어 도전해볼만 하다”고 강조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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