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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주라호 사원들은 벽면마다 다양한 미투나 조각상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어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
한국인 관광객이 시끌벅적한 시골 마을에 들어서니 이것도 신기한지 아이들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나에게 손을 내밀어 ‘보루-펜’을 달란다. 고개를 저으니 ‘마이뽀또’를 달라며 카메라를 가리켰다. 어리둥절하여 웃음을 지으니 그럼 인도 돈 ‘루피’라도 달란다. 가방을 열어 볼펜 하나를 건네주면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손 때문에 무섭다가도 그저 값싼 볼펜인데 몇 자루 더 챙겨 올걸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공원처럼 넓은 사원군에는 방향마다 다른 신을 모시고 있는 첨탑이 있다. 모두 아주 작은 조각으로 이뤄져 있는데, 곳곳에 적나라한 미투나상이 조각돼 있어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우리끼리 떠든 얘기지만 당시 왕에게 일종의 성도착증이 있지 않았나 싶다. 사원을 건립했던 당시의 왕이 결혼 전 관계를 통해 생긴 아이였는데 자라면서 줄곧 이에 대해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정신적으로 극복하지 못한 왕이 자신의 출생에 자격지심을 느껴 미투나상을 건립하려고 한 건 아닐까 싶었다. 셀 수도 없는 수와 아주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새긴 조각을 보고 있노라면 이 탑을 짓겠다고 한 사람이 보통 사람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원군의 조각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 성애상만 기대하고 왔다면 딱 이것만 보고 가겠지만 가까이 다가가 조각상 하나하나를 다 뜯어보면 시간이 흘러가는 줄 모를 만큼 다양하고 재미있다. 당시 사람들의 생활 모습, 전쟁 중의 모습, 이름을 외우기도 힘든 정말 많은 수의 신들과 기괴한 포즈까지 구경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인도 여행객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원의 조각상들을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인도 건축과 예술의 진가를 타지마할만큼이나 눈여겨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카주라호=안재희 리포터 chss07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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