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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커다란 탑에 빼곡히 새겨진 조각들…예술성에 놀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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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터의 인도 견문록 ④ 카주라호-아는 만큼 보이는 카마수트라 성애상
카주라호 사원들은 벽면마다 다양한 미투나 조각상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어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12시간 야간열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카주라호라는 도시다. 여기는 바라나시와는 대조적으로 아주 조용하다. 교통량도 훨씬 적고 공기가 깨끗해 숨 쉬는 것도 편했다. 카주라호는 사원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전형적인 북형(北型) 건축물로, 대부분 사원 모습은 십자 형태의 평면에 지붕으로 갈수록 뾰족한 소첨탑이 여러 개 올려져 있다. 그리고 외벽과 내벽을 신들과 미투나(Mithua: 남녀가 사랑하는 모습)상으로 빼곡하게 채웠다. 그 섬세함이 매우 놀랍기에 미술사에서도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고 한다.

한국인 관광객이 시끌벅적한 시골 마을에 들어서니 이것도 신기한지 아이들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나에게 손을 내밀어 ‘보루-펜’을 달란다. 고개를 저으니 ‘마이뽀또’를 달라며 카메라를 가리켰다. 어리둥절하여 웃음을 지으니 그럼 인도 돈 ‘루피’라도 달란다. 가방을 열어 볼펜 하나를 건네주면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손 때문에 무섭다가도 그저 값싼 볼펜인데 몇 자루 더 챙겨 올걸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아이들 무리를 지나쳐 에로틱 사원으로 향했다. 사원 입구에 미완의 알림판이 서 있었다. 나는 이 알림판이 당연히 기계로 찍어내는 거라 생각했는데 인도 여행을 하면 심심찮게 알림판에 또박또박 글씨를 쓰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관광지 정보를 알려주는 철판은 손글씨로 채워진 것들이 많다. 카주라호는 빼곡한 카마수트라 성애상이 조각된 사원군으로 아주 유명하다. 다양한 성관계를 묘사한 조각이기에 괜히 망측스럽지 않을까 은근 걱정도 들었다. 그러나 사원군에 들어서면 그 생각은 사라진다. 단순히 흥밋거리의 외설적인 동상으로 보기에는 그 예술성에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고개를 높이 쳐들어야 꼭대기가 보이는 커다란 탑에 새겨진 아주 작은 조각들은 관광하는 내내 시선을 빼앗는다.

공원처럼 넓은 사원군에는 방향마다 다른 신을 모시고 있는 첨탑이 있다. 모두 아주 작은 조각으로 이뤄져 있는데, 곳곳에 적나라한 미투나상이 조각돼 있어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사원 벽면에 미투나상을 새긴 이유에는 여러 설이 있다. 현지인들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신화가 있고 힌두교 사원에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는 종교적인 이유도 있다. 혹은 사제인 브라만 계급의 사람들을 성적으로 교육하기 위해 이를 새겼다고도 한다. 가장 유명한 이유는 당시의 왕이 남녀가 사랑하는 법에 대해 상세히 적힌 책을 보고 대중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조각으로 남겼다는 것이다. 이유에 대해 논란은 많지만 명확하게 입증된 것은 없다.

우리끼리 떠든 얘기지만 당시 왕에게 일종의 성도착증이 있지 않았나 싶다. 사원을 건립했던 당시의 왕이 결혼 전 관계를 통해 생긴 아이였는데 자라면서 줄곧 이에 대해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정신적으로 극복하지 못한 왕이 자신의 출생에 자격지심을 느껴 미투나상을 건립하려고 한 건 아닐까 싶었다. 셀 수도 없는 수와 아주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새긴 조각을 보고 있노라면 이 탑을 짓겠다고 한 사람이 보통 사람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원군의 조각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 성애상만 기대하고 왔다면 딱 이것만 보고 가겠지만 가까이 다가가 조각상 하나하나를 다 뜯어보면 시간이 흘러가는 줄 모를 만큼 다양하고 재미있다. 당시 사람들의 생활 모습, 전쟁 중의 모습, 이름을 외우기도 힘든 정말 많은 수의 신들과 기괴한 포즈까지 구경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인도 여행객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원의 조각상들을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인도 건축과 예술의 진가를 타지마할만큼이나 눈여겨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카주라호=안재희 리포터 chss07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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