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름 만들고… 땔감 구하고… 집 짓고… '땀방울의 힘' 오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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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자족 생활의 필수재인 거름과 불 다루기
불은 거름을 만드는 데만 쓰이진 않았다. 자급자족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게 불이었다. 불을 다루면서 가장 많은 핀잔을 들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 난방을 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 한다. 집짓기에 필요한 풀을 만들 때도 불이 필요했다. 근대화 이전 농촌 사회에서 불씨 보관이 집안의 중대사였듯이 오랜 시간 적정하게 유지되는 불을 만드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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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30분∼2시=땔감 구하기 |
폐휴지에 불을 붙여 아궁이 안에 넣고 꼬챙이로 땔감을 이리저리 휘젓고 얇고 너른 나무판으로 부채질도 해봤지만, 잔가지들에만 불이 붙을 뿐 두툼한 나무에는 옮겨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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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1시30분=천연거름 만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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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7일 전남 곡성군 석곡면 방송리 자급자족 마을에서 24시간 생활체험에 나선 사회부 김승환 기자가 산에서 땔감 나무를 나르고 있다. 곡성=남정탁 기자 |
변씨는 지난해 10월부터 동료와 함께 집을 새로 짓기 시작했다. 나무 뼈대 세우는 일만 외부 전문가 손길을 빌리고 설계를 하고, 터를 닦고 구들을 까는 등 일을 모두 손수 했다.
집짓기를 주도한 류철웅(52)씨는 “황토로 지은 집으로 완전히 생태적 방식을 고집했다”며 “자기가 사는 집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지어야 제대로 된 자급자족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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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2시30분=한옥 미장용 풀 쑤기 |
일이 손에 점차 붙자 함께 일하던 류씨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당골막이 일을 해봐야 ‘진짜 한옥 미장을 했다’ 할 수 있다”고 놀리듯 말했다.
당골막이는 서까래 아래에 흙으로 덮인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다. 둥근 서까래 테두리를 황토로 꼼꼼하게 막아줘야 실내 열이 빠져나가지 않고 외부에서 벌레가 들지 않기 때문에 “한옥 미장에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작업”이란 것이 류씨의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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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오후 5시30분=한옥 미장 작업 |
땀에 전 모습으로 둘러앉은 저녁상 위에는 게걸무 동치미, 돼지감자 볶음 등 토종 작물로 만든 반찬이 가득이었다. 완성을 앞둔 새 집, 봄 농사 준비 등을 화제 삼아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밥그릇이 금세 비었다. “내일은 봄비가 올 것 같다”는 변씨의 말을 듣고 낮에 미장을 했던 쪽 방에 누워 눈을 감았다. 노동의 보람과 고단함이 교차하는 순간, 구들장을 타고 올라온 온기가 기자를 깊은 잠으로 이끌었다.
곡성=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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