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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MSG 괴담' 역추적해보니…

입력 : 2015-03-05 05:00:00 수정 : 2015-03-0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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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에서 이른바 ‘식품혁명’이란 찬사를 붙인 식품첨가물인 MSG(Mono Sodium Glutamate)를 놓고 유해성·안전성을 의심하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68년 처음 유해성 논쟁이 외국에서 제기됐다가 수그러든 후, 시간을 두고 국내에서도 제기돼 소비자들의 우려를 자아내는 등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양상이다.

식품당국이나 국제 식품 관련 기구, 서구에서도 과학적 검증 결과 인체에 해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지만, ‘MSG 괴담’은 툭하면 터져 나오고 있다. 그것도 유독 한국에서 난무하는 모습이다. MSG의 현황 및 안전성 논란 제기 배경, 유해성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2000년대 이후 소득 증대와 함께 웰빙 열풍이 불면서 소비자들은 천연식품을 선호하게 됐다. 이를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운 식품회사들은 ‘인공·화학 조미료 무첨가’를 내세우며 각종 신제품을 출시했고, 인공·화학·합성·정제·조미료·첨가물 등과 관련된 식품은 그 유해성 실제 여부와는 상관없이 모두 불량한 식품으로 인식하게 됐다. 특히 과거 유해성 논란이 있던 MSG는 불량 첨가물의 대표격이 되어 버렸다.

MSG는 정말 인체에 유해한 식품 첨가물일까.

관련업계에 따르면 MSG란 글루타민산 나트륨의 약자로 아미노산의 한 종류인 글루타민산에 용해성을 높이기 위해 나트륨을 결합시킨 제품이다. 우리는 흔히 음식의 감칠맛을 내기 위한 조미료로 알고 있다.

MSG의 성분인 글루타민산은 육류나 채소·닭고기·우유 등 단백질 함유 식품 속에 자연적으로 들어있는 아미노산의 한 종류다. 식품에 들어 있는 글루타민산의 맛은 바로 식별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파마산 치즈나 잘 익은 토마토·버섯 같은 식품에서 그 독특한 맛을 내는 것이 바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글루타민산이며, 이 독특한 감칠맛은 세계 도처의 요리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오늘날 MSG는 김치나 된장·맥주·식초·요구르트를 제조하는데 사용되는 방법과 같은 발효과정을 통해 생산된다.

MSG의 주원료는 원당(原糖·정제하지 않은 설탕)이나 당밀(糖蜜·설탕을 제조하고 난 부산물)이다. 이 원료를 깨끗하게 정제하고 멸균한 다음 영양액과 혼합한다. 혼합된 영양액의 주원료는 원당·당밀이며, 물과 칼슘·칼륨 등 70여가지 영양분이 혼합된 것으로 글루타민산을 생산하는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물질이다.

이 물질에 글루타민산(Glutamic Acid)을 생산하는 미생물을 투입해 거대한 발효탱크 안에서 적절한 온도와 산소 등을 공급해주어 40여시간 동안 발효를 시키면 미생물이 영양액을 먹고 글루타민산 등을 배출한다. 여기서 나온 것을 모액이라고 하는데 모액을 결정화(바닷물을 끓이면 소금 결정이 생기는 것과 비슷한 원리)해 글루타민산이 결정화되면 글루타민산만을 분리해낸다.

분리된 글루타민산은 산성을 띠는 물질인데 이를 가성소다를 투입하여 중화를 시키면 산도가 중성이 되면서 나트륨 분자 하나와 결합하여 MSG가 된다. 이후 활성탄(숯)을 이용해 탈색·탈취를 하고 이를 건조하고 정제하면 MSG 완제품이 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글루타민산은 원당과 당밀을 먹여 배양한 발효균의 대사물로부터 순수하게 정제해 내기 때문에 효모와 같이 천연소재라 할 수 있다”며 “단지 1980년대 국내 소비자들은 ‘화학’이라는 말을 선호했기 때문에 MSG를 화학적조미료라고 명칭하면서 지금까지 마치 석유에서 추출한 화학합성제품인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본에서는 MSG를 아미노산조미료라고 표시한다.

MSG는 과거에도 유해성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1960년대 말 다량의 MSG를 섭취하면 머리두통이나 근육경련·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는 보고가 나왔고, 이에 당시 미국 FDA는 MSG의 하루 섭취량을 제한했으며 신생아용 음식에 첨가를 금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FDA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MSG의 안전성을 재검토했고, 1978년과 1980년 2회에 걸쳐 “MSG가 인체에 해를 준다는 증거나 이유는 없다”라고 발표했다.

FAO·WHO연합 식품첨가제위원회에서도 1987년 MSG의 안전성에 대해 재검토한 결과 안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12주 미만의 영유아들도 성인과 동일하게 소화 흡수한다고 재평가했으며, EU식품과학위원회에서도 쥐·개 등을 대상으로 한 급성 및 만성 독성실험에서 MSG로 인한 독성효과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다시 말해 MSG는 발효과정을 통해 생산하는 조미소재로서 설탕·식초 등과 같이 일반적인 용도로 사용하기에 안전한 물질이며, 전세계적으로 사용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는 안전하고 보편적 조미소재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SG를 타부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여론을 고려, 감칠맛을 내는 식품 첨가물을 뺀 이른바 ‘MSG 무첨가’ 식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감칠맛을 내는데 사용하는 대표적 식품첨가물인 MSG를 넣지 않았다고 표방한 가공식품 대부분이 다른 화학조미료를 대체 사용해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MSG를 화학조미료의 총칭으로 알고 있어 마치 어떤 조미료도 사용하지 않은 제품으로 착각할 수 있어서다.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와 함께'가 의뢰해 한국식품연구소에서 실험한 결과를 보면, 제품 포장에 'MSG 무첨가'를 표기하거나 홈페이지 상에서 MSG 무첨가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12개 제품 중 8개에서 HVP 검출 지표인 '레불린산'이 검출됐다.

HVP(식물성단백질가수분해물)는 탈지 콩이나 밀글루텐·옥수수글루텐 등의 단백질 원료를 염산 또는 황산으로 가수 분해해 얻는 아미노산액이다. 간장 원료 및 소스류·즉석면·수프 등의 가공식품에 조미료로 쓰이고 있다.

조사 결과 MSG 무첨가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는 제품 중 ▲요리에센스 연두(샘표), 베트남쌀국수·새콤달콤유부초밥·가쓰오우동·직화짜장면(이상 풀무원) ▲비빔된장양념(CJ) ▲엄마는 초밥의 달인(동원) ▲삼채물만두(대림) 등에서 레불린산이 검출됐다. 반면 ▲찬마루쌈장·방울만두(이상 풀무원) ▲양조간장 501(샘표) ▲햇살담은 자연숙성 국간장(청정원)에서는 레불린산이 검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박명희 소비자와함께 대표는 "식품업계에 관행으로 자리잡은 ‘무첨가·마이너스·Free 마케팅’ 등이 소비자를 기만하고 식품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방해하며,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며 "이번 결과가 식품첨가물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을 이용한 마케팅을 활발히 진행해 온 식품업계에 경종을 울리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이러한 소비자 혼란을 막기 위해 MSG 용어 사용을 금지하는 개정안을 행정예고해 의견을 수렴했다.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이르면 3~4월 고시해 3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하반기께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무 MSG'를 표방한 제품은 유통기한 등을 고려해 2016년까지 용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MSG와 더불어 유해성 논란 빚는 다른 식품첨가물은 어떤 게 있을까.

유해성 논란을 빚고 있는 또 다른 대표적인 식품첨가물로 우선 사카린을 꼽을 수 있다. 사카린은 설탕보다 300배 이상 강한 단맛을 내는데다 열량이 없어 널리 애용됐지만 발암물질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이후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이후 이뤄진 각종 연구에선 유해성이 발견되지 않아 발암물질이라는 오명을 벗었다. 지난 1999년엔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사카린을 발암물질 항목에서 제외시켰다. 미국에선 아예 사카린 규제를 모두 풀었다. 국내에서도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안전성에 대해서는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아울러 커피시장에서 안전성 시비가 붙은 카세인나트륨이나 인산염 등도 실은 섭취해도 문제가 없는 식품첨가물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들 첨가물은 원료표기가 화학명으로 돼 있어 소비자들에게 거부감을 주고 있다. 그러나 카세인나트륨의 경우 우유에서 단백질만 분리해 나트륨을 결합시킨 영양물질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소르빈산류나 안식향산류 등 보존류와 합성 색소류는 섭취 위해성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정해진 용량과 법적 기준을 따라야 할 식품첨가물로 꼽힌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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