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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삼성화재 車보험, 1위 비결은?

입력 : 2015-02-23 18:09:07 수정 : 2015-02-23 19: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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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논리다. 돈의 힘이다.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고객을 설득했고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브랜드 인지도를 이용했다. 전략은 통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익숙한 브랜드가 노출됐다. 브랜드 인지도에 저렴한 가격까지 더해지자 소비자는 망설일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는 돈의 힘이 빠지지 않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돈의 힘은 위대하다. 후발업체로 뛰어들었어도 막강한 돈의 힘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1위를 차지할 수 있다. 이로써 독주의 역사는 또 다시 시작됐다. 온라인 자동차보험에 대한 얘기다.

규모의 경제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저 체제에 순응하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다. 온라인 자동차보험 관계자들은 그렇게 입을 모은다. 그렇다고 패배주의적인 생각이 아니다. 대안이 없을 뿐이다.

지난 2009년 처음으로 온라인 자동차보험에 진출한 삼성화재는 마침내 1위를 차지했다. 2014년을 기점으로 삼성화재 독주 부문이 또 하나 추가된 것이다. 2009년 58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매출은 불과 5년 만에 15배 이상 급증, 2014년 말 현재 8800억원을 상회한다. 시장점유율도 12개 손해보험사 최상위인 21.9%다. 게다가 성장속도도 줄어들지 않았다. 올해에도 20% 이상의 성장이 예측된다.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은 전체 시장의 1/4이상을 차지한다. 온라인 보험의 성장추세가 이어진다면 조만간 1/3 이상의 점유율도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독과점금지법만 눈치 보는 상황이다.

자동차보험은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으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무보험자는 불법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2000만 대를 넘어섰다. 1가구당 약 2대다. 가구당 한해 평균 100만원 이상을 자동차보험료로 납부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국민들이 자동차보험료를 일종의 세금으로 여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때문에 손해보험사에 책임을 넘긴다. 보험료 인상은 억제하면서 자동차보험 서비스 유지는 압박하는 것이다.

결국 자동차보험은 애물단지가 되었다.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품이다. 손해보험업계는 지난해 자동차보험에서만 약 1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렇다고 자동차보험 판매를 중지할 수도 없다. 자동차보험은 고객 접점 상품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면서 설계사는 인맥을 쌓아 향후 돈이 되는 다른 상품 판매를 기약할 수 있다. 보험사는 고객 DB를 확보하는 동시에 자동차보험의 거수보험료를 활용해 이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

요컨대 자동차보험이 애물단지 상품이며, 상품의 가격 즉 보험료를 올릴 수도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손해 보면서 장사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삼성화재 갑(甲)질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삼성화재는 자동차보험 영업손실 최소화를 위해 언더라이팅을 강화했다. 정수기가 깨끗한 물만 걸러내기 위해 촘촘한 필터를 사용하는 것처럼, 자동차보험 인수 물건을 걸러낸 것이다. 사고 이력 있는 자동차 가입을 거절했다. 물론 인수 거절은 합법이다.

최근 온라인 자동차보험 전업사들은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독주로 인해 부익부빈익빈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소형사들은 악성물건만 인수하게 된다. 돈이 없어서 홍보를 못하는 중소형사들은 악성매물만 쌓여 결국 더 영업이익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소형 손해보험사의 온라인자동차보험 관계자는 "가입자를 분석해보면 삼성화재 등 대형사 자동차보험 가격부터 검색한 이후 소형사 사이트를 찾는 게 일반적"이라며 "마케팅 비용을 지출해 쌓은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돈을 벌고 다시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는 대형사를 능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소형사들이 자동차보험을 조금씩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독점 체제는 굳어질 것이다. 독점 체제가 확고해지면 가격 상승은 뻔한 일이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최근 문화계에서는 CGV 독점에 대한 횡포가 화두"라며 "사업자의 입장에서 점유율 확대 이후는 수익성 확대가 수순"이라고 말했다. 이런 횡포가 자동차보험 업계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 자동차 보험 전문가는 "보험금 지급 규모가 인사사고는 줄고 대물사고는 증가하고 있다. 오는 2018년 자동차보험 할인·할증 제도가 기존 점수제에서 건수제로 변경되면 삼성화재는 자동차보험으로 수익을 내는 유일한 손해보험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삼성화재는 업계 1위 인지도와 자금력으로 자동차보험시장을 장악, 부익부빈익분이 가중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소형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을 축소하면 결국 가격결정권이 있는 삼성화재가 자동차보험으로 수익을 결정할 수 있는 시장이 될 것"이라며 "중소형사들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것처럼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에 한 목소리를 낼 수도 없다. 보이지 않는 갑질인 셈"이라고 말했다.

김승동 기자 01087094891@segyefn.com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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