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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젊은세대일수록 말 도중에 '어' 대신 '음' 쓴다”

입력 : 2015-02-09 09:06:40 수정 : 2015-02-09 20: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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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uh)’가 사라지고 있다.”

영어의 대표적인 유언휴지(filled pause) 중 하나인 ‘uh’의 사용량이 여성, 젊은세대일수록 적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언휴지는 대화 도중 내용어 없이 ‘um(음)’, ‘ah(아)’ 등의 소리로 말을 잠깐 멈추는 현상을 말한다. ‘연설의 달인’으로 통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다른 정치인들보다 um, uh를 많이 사용해 어눌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8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조지프 프뤼월트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영어·독일어권에서의 각 유언휴지 사용빈도를 조사한 결과 1950년 출생자의 경우 um의 사용은 25%인 반면 2000년 출생자는 75%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00년 출생자의 경우 여성의 um 사용률은 80%, 남성은 70%가량이었다.

이번 연구는 최근 10여년간 유언휴지 연구에 몰두해온 마크 리버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여름 네덜란드 흐로닝언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참석한 리버먼 교수는 쉬는 시간에 몇몇 언어학자들에게 ‘음’과 ‘어’의 사용이 나이와 성별로 다를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미국인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남성일수록 um보다는 uh를 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리버먼 교수의 가설에 흥미를 느낀 언어학자들은 즉각 확인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유언휴지 연구의 초점은 주로 ‘시간’이었지 ‘화자’(speaker)가 아니었다.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영어 사용자는 물론 독일과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 독일어권의 유언휴지도 조사대상에 포함시켰다.

놀랍게도 각 언어·지역의 조사결과는 똑같았다. 여성과 젊은세대일수록 uh보다는 um을 애용했다. 젊은세대가 유언휴지 가운데 um을 애용한다는 것은 향후 uh나 ah 사용자가 점차 사라진다는 얘기다. 마르테인 빌링 흐로닝언대 교수는 “우리는 여성과 젊은세대가 주도하는 언어 변화를 목도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어떤 이유에서 요즘 언어사용자들이 uh보다 um을 선호하는지는 결론을 유보했다. 대체로 짧고 간단한 멈춤에는 uh가, 좀더 긴 시간이 필요하면 um이 쓰이긴 한다. uh는 단음절 발성이 가능하지만 um은 실제 발성까지 비교적 긴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여성·젊은세대가 왜 남성·기성세대보다 um을 선호하는지도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프뤼월트 교수는 “솔직히 uh와 um의 선택은 랜덤(무작위)인 것으로 보인다”며 “언어학자의 고충은 날씨보다 더 혼란스런 언어사용을 미리 예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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