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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m 높이 옹벽 와르르… 아파트 3층까지 덮쳐

입력 : 2015-02-05 20:30:17 수정 : 2015-02-05 2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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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서 붕괴… 차 40여대 매몰
165가구 490여명 긴급 대피, 인명피해 아직까지 보고 안돼
“옹벽 2단 쌓기 기본인데 안지켜… 두께도 충분치 못해 부실시공”
5일 새벽 옹벽이 붕괴돼 차량 수십대가 매몰된 광주 남구 봉선동 대화아파트에서 경찰과 소방·행정 당국이 현장을 통제하고 안전 여부 등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남구 대화아파트에서 발생한 옹벽 붕괴 사고는 잘못된 배수로 설계와 부실 시공 등에 따른 인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형적인 안전불감증 사고라는 지적과 함께 해빙기를 맞아 전국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옹벽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5일 오전 4시49분쯤 광주 남구 봉선동 대화아파트 인근 도로 옆 옹벽이 무너져 차량 40여대가 묻히고 아파트 주민 165가구 49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주민들은 주변 초등교 등으로 대피했다.

남구청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붕괴 현장에는 소량의 토사가 계속 흘러내리고 있으며 2차 붕괴 우려가 있어 소방구조 인력과 주민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조심스럽게 아파트를 출입하면서 가재도구만 챙기도록 당국은 허용하고 있다. 토사가 덮친 103동 뒤쪽에는 아파트 외벽 3층까지 흙더미가 차올라 주차장이 거대한 흙더미로 변했다.

소방당국은 흙더미 속에 혹시 사람이 깔려 있을지 모를 상황이지만 붕괴 우려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추가 붕괴를 막는 안전조치를 한 후 복구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경찰은 사고 현장 주변에 실종자가 없는지 폐쇄회로(CC)TV와 차량 블랙박스로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붕괴된 옹벽은 대화아파트를 둘러싼 길이 200m, 높이 15m 가운데 30m가량이다. 옹벽은 1993년 아파트 준공과 비슷한 시기에 건설됐다.

이날 현장을 찾은 최영호 광주 남구청장은 “안전진단업체와 원인을 검토한 결과,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15m 높이의 옹벽을 쌓을 때는 2단으로 쌓는 게 기본인데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옹벽 두께가 충분하지 못해 현재의 건축허가 기준으로는 승인받기 어려운 구조물로 오래전 기준으로 사용승인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국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연합회 측은 “사고가 난 아파트가 준공한 지 2∼3년이 지나 점검한 결과 옹벽 구조에 문제가 있어 지적한 바 있다”고 밝혔다.

15m 높이의 옹벽을 만들려면 붕괴 우려 탓에 계단식으로 땅을 절개해 옹벽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번 사고가 난 아파트는 그렇게 지어지지 않아 아파트 점검 결과 지적했다는 것이다.

연합회 측은 “많은 아파트 건설사들이 시공비를 절약하고 아파트 건설 면적을 늘리기 위해 이런 식으로 높은 옹벽을 시공하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8월 옹벽 주변의 빗물을 모아 배출하는 배수관이 부식해 빗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소음 민원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배수관 교체공사를 했으나 비만 오면 주변 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옹벽을 타고 흘러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아파트 옹벽은 지난달 15일부터 해빙기 인명피해 위험시설에 대해 벌인 지자체의 일제 점검대상에서 제외됐고, 안전사고 예방 관리·점검 대상인 급경사지 관리 대상에서 사실상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시도 사고 옹벽 재해위험 B등급(위험성은 없으나 관리 필요)으로 남구에서 지난해 봄 한 차례 육안 점검만 했다고 밝혔다.

한편,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붕괴 직후 소방대원들과 함께 옹벽과 거의 맞닿아 있는 103동의 각 세대를 돌며 대피를 유도했다. 한 주민은 “바깥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잠만 자고 있었다”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고 가슴을 졸였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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