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첫 출시 후 명절선물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기프트카드(Gift Card;무기명 선불카드)’의 인기가 점점 시들해지고 있다. 카드 사용처가 제한적이고 잔액을 돌려받기도 쉽지 않아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5일 금융감독원과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프트카드 이용액은 7758억원으로, 지난 2010년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지난 2010년만 해도 기프트카드 이용액은 2조3743억원에 달했다. 기프트카드 이용액은 ▲2011년 2조226억원 ▲2012년 1조6038억원 ▲2013년 1조2102억원 등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 60억원대 '상품권깡' 사건 터진 뒤 발행 규모 대폭 축소
특히 기프트카드 시장 점유율 1위인 A카드가 발행을 줄이면서 전체 시장이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A카드사는 그룹사·계열사 직원의 복지·선물용 등으로 기프트카드를 대량 발행했지만, 지난 2011년 일부 계열사 직원에 의해 60억원대 규모 '상품권깡' 사건이 터지자 발행 규모를 크게 축소했다.
또 기프트카드의 사용처가 제한적인 데다 환불 절차도 까다로운 것도 수요 억제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경우 자체 상품권을 발행한다는 이유로 기프트카드를 아예 받지 않는다.

신용카드 잔여 포인트의 경우 여신금융협회의 '통합 카드포인트 조회' 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기프트카드는 카드사의 영업점을 방문하거나 자동응답시스템(ARS)과 홈페이지를 일일이 조회해야 한다.
◆ 미사용잔액, 카드사의 '낙전수입'으로 돌아가
뿐만 아니라 기프트카드는 환불 시 잔액이 권면금액의 20% 이하이고, 80% 이상 사용한 경우에 가능하다. 만약 10만원짜리 기프트카드라면 8만원 이상 사용했을 때 2만원부터 환불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기프트카드를 분실하거나 잔액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사용하지 않을 경우 소멸된 미사용 잔액은 카드사의 '낙전수입'(정액상품에서 구매자가 제공량을 다 쓰지 않아 떨어지는 부가수입)으로 돌아간다. 기프트카드 미사용 잔액 자동 소멸기준은 '최종 사용월로부터 5년 경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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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진은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함. 세계일보 DB |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프트카드 사용 자체가 급감하고 있다"며 "카드사에 미사용 잔액 소멸 기준을 '판매월로부터 5년'에서 '최종 사용일로부터 5년'으로 변경토록 조치를 취한 후 사용 활성화 방안은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카드사·은행, 5년간 143억원의 '불로소득' 올렸다?
앞서 카드사들은 기프트카드의 미사용 잔액 소멸 기준을 '판매월'에서 '최종 사용월'로 변경했다. 이는 사용되지 않은 기프트카드 소멸 잔액을 모두 자신들의 수입(낙전수입)으로 삼아 수백억원의 수익을 얻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실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프트카드를 발급하는 카드사와 은행은 수백억원대의 낙전수입을 올렸다. 그 규모도 해마다 늘어 2007년엔 5억8600만원(4만981건) 수준이었지만, 2011년엔 9배 가까이 증가한 51억5200만원(69만4806건)까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5만원 이상의 잔액을 남긴 채 카드사와 은행의 수입으로 돌아간 액수는 76억9900만원으로 전체의 54%를 차지한 바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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