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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왕양이 한국에 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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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20 21:41:03 수정 : 2015-01-20 21: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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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업 구조조정… 첨단산업 전환 노려
지방행정 달인 왕양 , ‘등롱환조’와 부합
한국형 모델에 관심
중국 공산당의 고급 인재 등용 방식은 독특하다. 공산당 일당 독재이긴 하지만 인재를 끌어다쓰는 방식은 눈여겨볼 만하다. 국회의원이나 법조인, 고위 관료 출신이 중앙정치에 진입하는 우리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현대 중국의 설계자 덩샤오핑은 수시로 나들이하면서 지방행정의 인재들을 눈여겨보곤 발탁했다. 13억여 거대 인구를 이끌어야 하는 중국 지도부로선 지방행정 능력을 최고로 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시진핑 국가주석도 푸젠성, 저장성, 상하이시 서기를 차례로 거쳤다. 신장위구르 지역 주민 폭동을 원만히 해결한 전력이 있다. 리커창 총리는 공청단랴오닝성, 허난성 서기를 두루 거쳤다. 랴오닝성 행정을 역동적인 시스템으로 바꾼 공적을 인정받았다. 13억여 거대 중국을 움직이는 인물들 즉,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인 전원과 정치국 정위원 25명, 중앙위원 225명(장관급대우)은 모두 지방 현안을 두루 섭렵했다. 지방에서 인민들과 부대끼면서 잔뼈가 굵어지면, 중앙의 실력자들이 이들을 중앙 무대로 끌어올리곤 했다. 덩은 장쩌민과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을 발탁했다. 장은 상하이 서기였고, 후는 티베트자치구 서기였다. 6세대 지도부로 부각되는 후춘화, 쑨정차이, 저우창 역시 2012년 광둥성, 충칭시 서기, 인민법원장 등으로 각각 임명돼 지도자적 역량을 시험받고 있다. 모두 후 전 주석이 지원했다. 최소 10년 앞을 내다보고 지도자를 선택해 역량을 시험하고 있다. 이를 격대지정(隔代指定)이라고 한다. 일종의 ‘권력나눠먹기’로 폄하하는 평가도 없진 않으나 미래 인재를 내다보는 중국 지도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정승욱 사회2부장
22일 서울에 오는 왕양(汪洋·60) 국무원부총리 역시 덩샤오핑이 맘먹고 고른 인물이다. 왕양이 30대 중반 안후이성 퉁링(銅陵) 시장이던 91년 11월, 남순강화 중이던 덩의 눈에 띄었다. 퉁링은 2012년 1인당 GDP가 1만3449달러에 달해 부자동네로 이름이 높다. 왕양의 행정개혁 덕분이다. 왕은 최근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지도자들 가운데서도 실세로 주목받는 정치인이다. 그는 ‘2015 중국방문의 해’ 기념행사차 방한한다.

왕양에게는 ‘광둥모델’ 실행자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광둥모델은 충칭모델과 비교된다. 둘 다 중국 경제를 일으킨 모델로 주목받았다. 충칭모델의 실행자는 보시라이였다. 이런 공적으로 두 사람은 2012년 18기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을 꿈꿨다. 시 주석과 함께 태자당 거두로 꼽혔던 보시라이는 2012년 6월 뇌물죄 및 국가기밀 누설죄로 낙마한 이후 무대에서 사라졌다.

왕양의 능력은 수차례 입증됐다. 광둥성 서기로 있을 때였다. 비리 관료의 처벌을 요구하는 광둥성 우칸(烏坎)촌민의 주장을 수용해 부패 관료들을 갈아치우는 과단성을 보였다. 2003년 국무원 부비서장(차관급) 시절엔 쓰촨성 한위안 주민 폭동을 해결했다. 지방에서 갈고 닦은 왕 서기의 행정조정력이 빛을 발했다.

왕양의 브랜드는 또 하나 있다. ‘등롱환조’(騰籠換鳥)가 그것이다. 2007년 12월 광둥성 서기 재임 때였다. ‘새장을 들어 새를 바꾼다’는 것. 즉 낙후 기업은 퇴출시키고 첨단기술기업, 자본집약적기업, 고부가가치기업으로 채운다는 의미다. 광둥성 서기 취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쳤다. 지역 기업들이 마구 쓰러졌다. 왕은 그러나 등롱환조 정책을 고수했다. 이를테면 산업 구조조정이었다. 당시 원자바오 총리 등 지도부가 나서 중단을 촉구했으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광둥은 번영을 지속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을 일찍 단행했기 때문이다. 광둥성은 중국 전체가 부러워하는 첨단 기업도시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왕은 미래 중국 발전모델을 광둥성에서 이미 제시한 것이다. 이런 경력의 왕양을 시 주석이 이번에 한국에 보낸 데는 이유가 있다.

시 주석은 현재 산업구조조정을 꾀하고 있다. 더 이상 저임금의 노동집약 굴뚝산업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것. 그러면서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왕양의 등롱환조 정책은 이에 정확히 부합한다. 왕양은 한국에 와서 둘러볼 것이다. 그러고선 언제쯤 한국을 따라잡을지 가늠할 것이다. 그의 방한이 예사롭지 않은 까닭이다.

정승욱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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