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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사회] 대한항공 '괌 추락 사고'·'땅콩 회항'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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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19 20:04:13 수정 : 2015-02-07 03: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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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사람들 권위에 억눌린 소통 부재
"일방통행식 기업문화 악순환"
1997년 8월6일 괌에 추락해 산산조각 난 대한항공 보잉 747기의 모습. 당시 기장과 부기장의 소통 부족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드러났다. ‘타임’ 인터넷 제공
1990년부터 10여년간 대한항공은 7건의 항공사고를 일으켰다. 1997년 8월 발생한 KAL기의 괌 추락 사고는 기장과 부기장 간의 소통 부재로 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대부분의 사고도 낮은 비행고도나 연료 부족 등의 위험한 상황에서 기장의 권위에 눌려 부기장이 의견을 강력히 말하지 못해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 한진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조양호 회장은 미국인을 훈련·교육 책임자로 임명해 조종사들의 문화를 바꾸고 조종실 내 소통을 강화했다. 그리고 국제선의 조종실에서는 영어로 대화하도록 했다. 영어라는 언어에서는 권위가 들어설 여지가 없었다. 이로 인해 부기장은 자기의 의견을 기장에게 적극 개진할 수 있었다. 사고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조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를 둘러싼 경영진 간에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땅콩 회항’ 사태가 그러한 것을 잘 웅변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로비에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램프 리턴’으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위쪽 사진). 조 전 부사장도 서울 강서구 공항동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조사를 받기 전 사과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땅콩 회항 사건이 회사를 위기에 빠트릴 만큼 크게 불거진 이유가 ‘KAL기 괌 추락사고’와 마찬가지로 소통 부재에 따른 실패로 분석하고 있다.

땅콩 회항 때 비행기에서 강제로 내린 박창진 사무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가 오너의 따님인 그분께 어찌 감히…”라며 소통이 불가능한 현실을 털어놓았다. 괌 추락사고 당시 기장의 권위에 눌려 의견을 개진하지 못한 부기장의 입장과 유사하다.

‘오너가 바로 회사’라는 문화가 뿌리 깊게 박힌 기업에서 어찌 보면 이번 사건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태를 촉발한 뒤 이를 덮기에 급급했다. 여모 상무는 조 전 부사장의 잘못을 지적하지 못한 채 오너 일가의 눈치를 보며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 대한항공 출신 국토부 조사관도 은폐에 공모한 정황이 포착됐다. 대한항공은 박 사무장과 사건 당일 지적을 받은 스튜어디스에게 침묵을 강요했다. ‘조 부사장의 서비스 지적은 임원으로서 당연하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일방통행적인 기업문화를 그대로 노출했다.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내 민주적 소통 구조가 안 갖춰져 상사가 계속 권위적인 행동을 보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오너 일가와 상사 등 소위 조직의 ‘윗사람’들은 사용하는 언어가 (부하 직원들과) 전혀 다르다”며 “이들은 충성스럽고 집합적으로 행동하는 것에 가치를 둬 젊은 직원들과 마찰을 빚기 쉽고 결국 소통 부재와 침묵으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그는 “개혁적 성향이 강한 젊은 층은 조직의 문제나 위기에 대해 지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우리 사회는 이를 수직적으로 억압해 결국 사태를 키우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정선형·이지수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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