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수비수 많지만 조직력 부족, 수비수 출신 슈틸리케 실험 계속 아시안컵을 앞두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 평가전에서 승리를 챙긴 슈틸리케호는 수비라인에 더욱 큰 고민을 떠안게 됐다. 어느 포지션보다 안정돼야 할 포백라인은 계속된 실험에도 불구하고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수비라인은 조직력이 최고 덕목인 까닭에 한 조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통례이다. 하지만 슈틸리케호에서는 계속 변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취임 이후 5차례의 평가전에서 한 차례도 같은 수비라인을 기용한 적이 없었다. 센터백 2명은 계속 바뀌었다. 김기희(전북 현대)-곽태휘(알 힐랄)로 구축한 센터백은 김영권(광저우 헝다)-김주영(상하이 둥야) 조합과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김영권, 곽태휘-장현수(광저우 푸리)를 거쳐 4일 사우디전에서는 장현수-김주영 조합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장현수-김주영 센터백도 합격점을 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2-0의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공을 걷어내는 과정이 미숙해 위험한 장면을 연출했다. 개인기가 좋은 상대 공격수들에게 여러 차례 슈팅도 허용했다.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의 선방으로 실점 위기를 넘겼을 뿐이다. 훌륭한 수비수들은 많으나 조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반전에는 이근호(엘 자이시)를 원톱으로, 구자철(마인츠05)이 2선 공격을 이끈 공격 라인도 상대 수비진을 쉽게 뚫지 못하고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냈다.
왼쪽 공격수 손흥민(레버쿠젠)만이 중앙과 오른쪽을 휘저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구자철의 경우 남태희(레퀴야SC)와의 경쟁력에서 밀린 모양새다. 남태희가 교체로 들어갔을 때 오히려 파괴력이 살아났다. ‘신데렐라’ 이정협(상주 상무)의 추가골도 절반 이상은 수비수 4명을 제치고 문전을 돌파한 남태희가 만든 셈이다. 이정협은 A매치 데뷔전에서 원샷 원킬 능력을 발휘하며 아시안컵에서의 맹활약을 예고한 것은 큰 소득이다.
상대적으로 미드필더는 탄탄한 편이다. 사우디전에서 대표팀 내 유일한 프리미어리거인 기성용(스완지시티)이 빠진 채 박주호(마인츠)와 한국영(카타르SC)이 호흡을 맞췄다. 후반에는 박주호를 왼쪽 윙백으로 돌린 뒤 그 자리에 이명주(알 아인)를 투입해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어 합격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시안컵에서 기성용과 함께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시스템)’로 나설 콤비를 찾는 것은 대표팀의 여전한 과제다. 박주호, 이명주, 한국영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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