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결심 75%가 “담뱃값 부담”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값을 인상한다’는 정부의 의도는 적중한 듯 보였다. 2015년 새해 금연 예정자 중 대부분이 담배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껴 금연을 계획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금연 예정자들은 대체로 다른 도움 없이 자신의 의지만으로 담배를 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금연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금연클리닉 방문’이나 ‘금연보조제 활용’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었다.
담배를 계속 피우기로 한 사람들은 일찌감치 금연에 대한 욕심을 접고 ‘직접 말아서 피우는 담배(롤링타바코)’를 저렴하게 구입하는 등 보다 현실적인 흡연 방법을 찾아나서고 있다.
세계일보가 2일 취업 포털 잡코리아와 함께 흡연 성인남녀 4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6.5%(390명)가 2015년 새해 금연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자들은 금연을 하는 가장 큰 이유로 ‘담뱃값 인상’을 꼽았다. ‘금연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중복응답 허용)에 금연을 계획하고 있는 390명 중 75.6%(295명)가 ‘담배가격이 인상돼 금전적으로 부담된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자기관리 등 건강상의 이유’ 53.8%(210명), ‘금연구역이 늘어나 담배를 피울 공간이 없다’ 32.3%(126명), ‘친구·가족·연인 등 지인의 권유’ 20.3%(79명) 등이 뒤를 이었다.
금연을 계획하는 사람 대부분은 자신의 의지로 끊겠다고 답했다. ‘2015년 금연은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금연 예정자 중 67.2%(262명)가 ‘순수한 의지로 끊겠다’고 답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13.6%(53명)는 ‘보건소 등에 설치된 금연 클리닉을 방문해 도움을 받겠다’고 했고, ‘전자담배 등을 이용해 일단 잎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한 뒤 장기적으로 끊겠다’는 의견도 8.2%(32명)에 달했다. ‘금연캔디 등 금연보조제를 이용하겠다’는 답변은 7.4%(29명), ‘병원에 방문해 치료를 받겠다’는 답변은 3.3%(13명)의 빈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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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후 서울 송파구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은 방문객이 금연보조제 사용설명을 들은 뒤 체내 일산화탄소 농도를 검사받고 있다. 송파구 보건소 제공 |
이날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보건소 지하 1층에 있는 금연클리닉은 금연을 결심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15평 남짓한 공간에 상담사는 3명인데 워낙 많은 사람이 몰리다 보니 원칙적으로는 개별상담교육이 이뤄져야 하지만 부득이하게 10명씩 집단으로 교육을 진행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보건소는 집단교육으로 최대한 인원을 늘려 배려했지만 대기순서에 질려버린 상당수 흡연자는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금연클리닉 참가자들은 질문지 등이 포함된 신청서를 작성하고, 상담사와 흡연습관 및 금연계획에 대한 개별상담을 한 뒤 ‘호기 일산화탄소 검사’를 하고 니코틴 패치와 금연보조제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송파구보건소 금연클리닉 관계자는 “최근에는 문 열기 전부터 사무실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며 “담뱃값 인상 발표 전에는 많아야 하루 50명 방문했지만 지난달에는 100명으로 늘어 올해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분주하기는 병원 금연클리닉도 마찬가지다.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박훈기 교수는 “담뱃값이 오르는 시점에 맞춰서 담배를 끊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었는지 금연 문의 환자가 2∼3배 가까이 늘었다”며 “하루에 한 갑 반 이상을 피우는 사람은 니코틴 중독 의존성이 높아 바레니클린이라는 약 처방과 의사 진료를 통해 40%까지 금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후죽순 늘어난 전자담배 매장도 성업 중
전자담배 매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금연에 돌입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하고 전자담배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자담배의 금연효과가 확실히 검증된 바 없고, 유해물질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장을 찾고 있다.
강남역 인근 전자담배 매장을 찾은 직장인 김모(29)씨는 “금연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일단 믿고 구매해 흡연욕구를 달래면서 장기적으로 금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모(32)씨는 “전자담배 가격이 8만원으로 초기비용은 비싸지만 담뱃값이 올라 장기적으로는 전자담배가 나은 것 같아 구매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매장 운영자는 “오전 10시에 문을 열자마자 계속 손님들이 물밀듯이 찾아왔다”며 “며칠 사이에 손님이 부쩍 늘었는데 담뱃값 인상 효과가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중반 언론에 전자담배가 소개된 뒤 전자담배 매장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2015년 1월 현재 서울시내에만 600여곳의 전자담배 매장이 영업 중이다. 전국에는 2000곳이 넘는다. 서울 송파구의 한 전자담배 매장 대표인 이모(39)씨는 “담뱃값이 인상된다는 정부의 발표 이후 3개월 사이에 송파구 일대에만 매장이 3곳에서 10여곳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롤링타바코’ 구매족 등장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위치한 ‘롤링타바코’ 매장도 구매와 상담을 위해 방문한 이들로 붐볐다. 롤링타바코는 만들기에 따라 담배 한 개비에 가격이 100원 정도로 가격이 오른 담배(1개비 225)에 비해 저렴하고, 기호에 따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어 인상된 담뱃값이 부담스러운 젊은이들이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다. 정부는 롤링타바코에 대해서도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일반 담배와 같이 138% 인상하고 다른 세금들도 똑같이 인상했지만 기존 부담금이 일반 담배의 30분의 1 수준이었기 때문에 인상폭이 크지 않다.
음악가 최모(25)씨는 “담뱃값 인상이 발표된 직후부터 주변에서 롤링타바코를 피우는 친구들이 있어 관심을 갖고 있다가 담배가격이 오르자 저렴한 롤링타바코를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4)씨는 “용돈을 타 쓰는 입장에서 오르는 담뱃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롤링타바코를 피운다”고 말했다.
이 매장 관계자는 “최근 담배가격 인상으로 일반담배 구매가 부담스러워진 흡연자들이 매장을 찾는 횟수가 늘었고 가맹점 문의도 증가 추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호·최형창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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