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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의건축이야기] 건축과 규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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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16 21:45:03 수정 : 2014-12-16 21:5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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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점수가 발표되고 정시 마감이 가까워졌다. 수험생과 교사, 학부모들은 요즘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지망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한때 건축학과가 많은 이의 선망의 대상이던 적이 있었다. 2012년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은 41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멜로 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고, 영화에서 서연이 재건축한 제주도 가옥은 관광명소가 됐다. 승민이 다녔던 Y대 건축공학과의 이듬해 정시 경쟁률은 평소의 배인 6.77대 1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계속되는 건설산업 불황 탓에 토목·건축 계열은 과거에 비해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낮아졌다. 더군다나 건축설계를 하려면 다른 학과보다 1년 더 많은 5년제 건축학과를 졸업해야 한다.

졸업을 하고도 건축사가 되기까지는 많은 실습과 시험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렵게 건축사가 돼도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의사, 변호사 등 9개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업자 중 월소득 200만원 이하라고 신고한 종사자가 가장 많은 전문직은 건축사였다. 그럼에도 건축사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눈망울은 초롱하고, 많은 건축사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역의 도시공간 설계에 헌신하겠다는 생각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김영수 건축사
건축사의 한 사람으로서 최근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건설업계에서 상공회의소, 전경련 등을 통해 설계와 시공 겸업제한 폐지를 규제개선과제로 제기했고, 정부에서 설계겸업 규제에 대해 적합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행 제도 아래서도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하지 않고도 엔지니어링사업자 소속 건축사가 수행하는 특수건축물과 건설업자 소속 건축사가 수행하는 건설업자나 계열회사의 분양목적 외의 업무시설에 대한 설계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도 건설업계는 건설업체 설계범위를 분양목적 포함 모든 업무시설과 아파트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무자격자가 건축사와 공동으로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고 건축사 20명 이상을 채용하는 경우 법인건축사사무소 개설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현재의 규정을 완화할 것과 건축사사무소 명칭 의무사용을 삭제할 것을 건의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건설업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대형 건설사들이 한두 명의 건축사를 고용해 모든 건축물의 설계에 나서게 된다면, 건설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불과한 건축설계시장은 하루아침에 붕괴될 것이다. 전국의 1만7000여 건축사들은 대부분 소규모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주거와 업무시설을 설계하고 있다. 이 시장에 대형 건설사가 밀어 닥친다면 수많은 중소 사무소들이 대형 마트에 밀려 사라진 동네 슈퍼와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규제개혁을 실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규제개혁이 꼭 필요한 규제마저 없애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규제개혁과 규제의 유지는 모두 대다수 국민들의 행복과 서민경제부흥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부작용이 예상되는 규제완화는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김영수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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