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하고도 건축사가 되기까지는 많은 실습과 시험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렵게 건축사가 돼도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의사, 변호사 등 9개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업자 중 월소득 200만원 이하라고 신고한 종사자가 가장 많은 전문직은 건축사였다. 그럼에도 건축사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눈망울은 초롱하고, 많은 건축사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역의 도시공간 설계에 헌신하겠다는 생각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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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건축사 |
만약 이러한 건설업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대형 건설사들이 한두 명의 건축사를 고용해 모든 건축물의 설계에 나서게 된다면, 건설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불과한 건축설계시장은 하루아침에 붕괴될 것이다. 전국의 1만7000여 건축사들은 대부분 소규모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주거와 업무시설을 설계하고 있다. 이 시장에 대형 건설사가 밀어 닥친다면 수많은 중소 사무소들이 대형 마트에 밀려 사라진 동네 슈퍼와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규제개혁을 실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규제개혁이 꼭 필요한 규제마저 없애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규제개혁과 규제의 유지는 모두 대다수 국민들의 행복과 서민경제부흥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부작용이 예상되는 규제완화는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김영수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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