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처럼 엔저의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일본 국민의 생활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그동안 돈을 마구 풀었지만, 가파른 엔저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으로 내수 업체와 일반 국민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의 주요 식료업체인 요시노야(吉野家)는 전날 규동 체인인 ‘요시노야’에서 쇠고기 덮밥류 13개 상품과 갈비류 5개 상품 등 25종의 규동 가격을 오는 17일부터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가장 인기 있는 보통 사이즈(나미모리) 규동은 300엔(약 3000원)에서 12월17일부터 380엔(약 3800원)으로 80엔(800원) 올리기로 했다. 지난 4월 소비세 인상에 맞춰 280엔에서 300엔으로 올린 뒤 올들어 두 번째다.
요시노야의 인상 결정은 엔저에 따른 수입 쇠고기 가격의 상승 때문이다. 요시노야는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는데 미국의 공급 축소와 함께 엔저로 1년새 수입 가격이 2배나 올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가와무라 요시타카(河村泰貴) 사장은 이날 “가격 인상 이외의 방법은 없는지, 인상을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가격을 억제할 수는 없는지 등 모든 각도에서 검토했다”며 “힘든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요시노야만이 아니다. 규동 경쟁체인 업체인 마쓰야(松屋)도 지난 4월 280엔에서 290엔으로 한 차례 올린 뒤 7월 하순부터 간토(關東)지역을 중심으로 380엔으로 다시 인상했다. ‘스키야’도 지난 8월 하순부터 270엔에서 291엔으로 올렸다. “더 이상 규동을 300엔대로 먹는 것은 어렵다”는 말조차 나온다.
가격 인상은 규동업계만이 아니라 냉동식품이나 아이스크림, 파스타, 식용유 등 식료업계 전체로 확산 추세다. 식품슈퍼인 ‘이나게야’의 나루세 나오토(成瀨直人) 사장은 “내년에는 가격 인상이 붐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내에서 엔저의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엔저가 이제는 경제에 독(毒)으로 둔갑했다는 지적이다.
요미우리신문도 9일 “엔저로 기업은 비용 절감에 나서고, 소비자들은 절약에 나서기 시작했다”며 “엔저가 효과보다 부담이 커지는 양상”이라고 보도했다.
엔화는 현재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10일 장중 한때 달러당 119엔대를 기록했다. 최근 한때 심리적 지지선인 120엔대도 진입하기도 했다. 이는 2007년 7월 이후 7년5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도쿄=김용출 특파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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