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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부자 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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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14 22:01:09 수정 : 2014-11-14 22: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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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부자로 죽는 것이 가장 부끄러운 일”이라고 역설했다. 자선가의 삶을 선택한 인생철학의 단면이 읽힌다. 카네기는 1901년 평생 일궈온 철강회사를 처분하고 받은 3억2465만7399달러를 자선과 기부에 썼다. 미국 부호들의 기부 전통은 그가 뿌린 씨앗의 열매인 셈이다.

뉴욕 필하모닉 직원이 찾아와 6만달러를 후원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카네기는 3만달러를 마련해오면 나머지를 채워주겠노라고 약속했다. 얼마 후 그 직원은 3만달러를 후원받았다며 다시 찾아왔다. “후원자를 말해줄 수 있겠나?” 카네기가 묻자 직원은 대답했다. “카네기 여사인데요.” 부창부수. 그가 돈을 정승같이 쓰기까지에는 부인의 역할이 작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굶어 죽은 사람이 600여명에 달합니다. 섬 전체에 전염병이 성했고 거듭 흉년이 들었습니다. 며칠 새 (해일을 동반한) 동풍이 불면서 곡식들이 바다의 짠물에 김치를 담근 것처럼 절여졌습니다. 쌀 2만여섬이 없으면 백성들은 장차 다 죽을 것입니다.”

제주목사 심낙수가 1794년 조정에 올린 상황보고엔 절박감이 흘러넘친다. 정조가 곡식 1만1000석을 배 5척에 실어 제주로 보냈지만 폭풍우를 만나 침몰하고 만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구세주로 등장한 것이 거상 김만덕이었다. 그는 반평생 객주 운영으로 모은 돈으로 육지에서 곡식을 사와 진휼미로 관청에 실어 보냈다. 부황으로 죽어가던 수천명이 목숨을 건졌다. 탄복한 정조가 큰 상을 내리고자 했으나 만덕은 “필요없다”며 거절했다.

애써 모은 재산을 남에게 내놓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나눔에서 행복을 얻는 사람이 아니면 내릴 수 없는 결단이다. “열정은 성공의 열쇠, 성공의 완성은 나눔.” 재산의 85% 370억달러를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한 워린 버핏의 말이다. 그는 “살아오면서 즐거웠던 기억들만 남기고, 나머지 모든 것은 사회에 돌려주라”고 했다.

240억달러의 재산으로 중국 최고 부호가 된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엊그제 302억달러를 기부한 빌 게이츠와 자선활동 경쟁을 벌이겠다고 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는 모습이 아름답다. 기부는 한 사회의 성숙도와 국격을 측정하는 지표다. 우리나라 부호들의 자선 경쟁도 보고 싶다. 나눔문화 확산이야말로 무상복지보다 더 값진 사회안전망이 아닌가.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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