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컬트영화 거장 소노 시온 감독의 ‘지옥이 뭐가 나빠’ 야쿠자 보스 무토(구나무라 준)는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고자 인맥을 동원해 배우 지망생 딸 미쓰코(니카이도 후미)를 영화에 데뷔시키려 하지만, 버릇없고 연기력마저 형편없는 딸의 말썽으로 촬영이 무산된다. 어떻게든 영화를 완성시키려는 무토는 직접 제작자로 나서고 야쿠자 조직원들을 스태프로 동원한다. 얼떨결에 무토의 딸과 엮여 영화 감독으로 소개 된 고지(호시노 겐)는 강제로 연출을 맡게 된다. 목숨의 위협을 느낀 고지는 일생의 영화를 찍는 게 소원인 영화광 히라타와 3인방 ‘퍽 바머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영화는 리얼리티가 생명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마침 앙숙인 두 야쿠자 ‘무토파’와 ‘이케가미파’의 결전을 실시간으로 찍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일본 컬트영화계의 거장 소노 시온 감독이 만든 영화는 다소 불편한 구석이 있다. 유혈이 낭자하고, 사지 절단이 기본이다. 성과 폭력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지옥도를 즐겨 그린다. ‘자살클럽’(2002년) ‘기묘한 서커스’(2005년) ‘차가운 열대어’(2010년)는 물론이고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두더지’(2011년)와 ‘희망의 나라’(2012년)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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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 뭐가 나빠’는 일생일대의 영화 한편을 찍기 위해 뭉친 야쿠자와 아마추어 감독의 리얼 영화 제작기를 그렸다. |
유혈이 낭자한 건 여전하지만 휘날리는 웃음이 자극을 한층 순화시켜준다. 코미디가 풍부하고 꿈과 이상 등을 주제로 한 일반 영화에 가까운 작품으로, 영화에 대한 영화를 위한 영화다. 극중 현장은 피바다를 이루지만 고지와 친구들의 표정은 희열로 가득하다. 좋은 영화를 찍기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치겠다고 늘 ‘영화의 신’께 기도를 드렸던 고지는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까지 사명을 다한다. 영화에 미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해준다. 죽음을 앞두고도 포즈를 취하는 야쿠자들의 에피소드 등 웃음 포인트도 여럿이다.
이 작품엔 감독의 ‘영화에 바치는 헌사’가 배였다. 걸작 하나만 찍으면 죽어도 좋다는 히라타는 그의 분신인 셈이다. 히라타가 이끄는 팀 ‘퍽 바머스(Fuck Bomers)’는 젊은 시절 그가 꾸렸던 영화제작집단 이름이다. 야쿠자 영화의 거장인 후카사쿠 긴지 감독(1930∼2003)과 리샤오룽(1940∼1973)에 대한 오마주가 가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토론토국제영화제 미드나잇 매드니스 관객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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