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A to Z] 사실적 글쓰기·분석에 초점 맞춰 출제… 자료의 정확한 독해 훈련 필요

2015 한국외대 모의논술 분석 <1>

문제1. 〈자료 1〉과 〈자료 2〉의 요지를 각각 서술하시오. (200자 내외)

문제2. 〈자료 2〉의 관점에서 〈자료 1〉의 주장이 갖는 한계를 논하시오. (500자 내외)

〈자료1〉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는 1863년 유럽에 처음 등장한 기차를 타본 뒤 극심한 전율과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당시 기차는 시속 30∼40㎞에 불과했지만 마차보다 3배나 빨랐다. 주변 풍경을 음미할 여유 따위의 여행 과정은 사라지고 오로지 목적지만 남는 것을 경험한 하이네는 “철도가 공간을 살해했다”는 명언을 남겼다.

철도 여행으로 상징되는 속도가 인간의 일상과 의식, 문화, 심리 전반에 미치게 될 영향을 예견한 것이다. 밀란 쿤테라는 그의 소설 ‘느림’에서 “자본주의와 느림은 상극이다”고 하면서 자본주의의 만연은 사람에게 속도를 강요했다고 갈파했다. 19세기 이후 기계에 의한 동력이 개발되면서 사람은 ‘속도’라는 효율에 갇혀 ‘느림’의 여유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각박해진 세상은 사람들의 걸음걸이에도 속도감을 요구한다. 사람들의 걸음 속도가 10여년 전보다 훨씬 빨라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흥미롭다. 영국 허트포드셔대학 리처드 와이즈먼 교수팀은 최근 세계 32개 도시 사람들의 걸음 속도를 측정한 결과 1994년 조사 때보다 평균 10%나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 60피트(약 18m)를 걷는 시간을 조사한 결과 평균 13.76초에서 12.49초로 1초 이상 빨라진 것이다.

한편, 걸음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사회·경제적 변화가 극심한 중국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용’ 국가였다. 그중에서도 싱가포르 보행자들은 60피트를 10.55초에 걸어 세계에서 가장 빨랐다. 1994년 세계인의 걸음 속도를 측정한 캘리포니아대학 로버트 레빈 교수는 “사람은 빨리 움직일수록 다른 사람을 도와줄 가능성이 작아지며 심장 질환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압축적인 근대화를 달성한 한국의 경우 ‘속도’에 대한 집착은 눈에 띄는 현상이다. 급속도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기도 했던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는 성장만능주의와 결합되면서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세계 최대의 선박생산국, 세계 최대의 컴퓨터 D램 생산판매국 등 좋은 성적도 거두었지만, 동시에 전 세계 행복지수 순위 102위라는 부끄러운 결과를 얻기도 했다. 이제는 ‘한국식 속도전’의 문제점을 깨닫고 삶의 인간적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만 한다. 속도가 아닌 느림의 미학에 관해 다시 생각할 때다.

- 〈○○일보〉 기사 일부 수정

〈자료2〉

One thing that distinguishes the new economy from the old one is ‘speed.’ To succeed on the digital playing field, where speed plays a critical role, global companies must move closer to fulfilling customers’ demands in real time. As such, the ability to analyze information rapidly to establish timely corporate policies is essential. Traditional hierarchical decision-making is too slow to cope with the realities of the new digital market. Most existing knowledge management and reporting systems are not geared to support high-speed business activities. To compete in a market filled with greater volatility* and uncertainty, all companies need to be nimble** and fast. Global firms, in particular, will need to speed up their business and adjust processes, strategies and business models as events unfold. In a world where markets are in perpetual flux, product development and sourcing strategies must realign more quickly. The key to success in new global economy lies in speed which enables a business to effectively deal with rapidly changing realities.
 
* 불안정성, 변동성

** 재빠른, 민첩한,

- Oxford Economics, The New Digital Economy

2015 한국외국어대학교 모의논술의 경우 예전에 제시문과 자료로 이분되었던 지문이 ‘자료’로 통일되어 구성되고 있다. 그리고 자료에는 한국외대 논술의 특징인 영어제시문이 포함되어 있고, 그래프 자료도 하나 제시된다.

한국외대 논술은 기본적으로 ‘사실적 글쓰기’와 ‘분석’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편이다. 자료의 정확한 독해와 이를 기반으로 한 연관 독해, 연계적 사고에 대부분의 문제가 할애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외대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각각의 자료들에 대한 정확한 독해와 다른 제시문과의 관계 파악을 최우선에 두고 학습해야 한다.

2015모의논술에서도 보이지만, 최근 한국외대는 영어제시문의 수를 줄이거나 난이도를 평이한 수준으로 조정함으로써 고교 교육과정 내 논술을 지향하고 있다. 과거 어려운 영어제시문이 복수로 나오던 것과 달리 하나의 제시문이 평이하게 나오므로 영어제시문에 대한 두려움은 갖지 않아도 된다.

2015한국외대 모의논술을 2주에 걸쳐 살펴본다. 이번주 논술 A to Z에서는 첫번째 두 문제를 풀어본다.

◆1번 답안의 방향

자료1과 자료2 모두 현대 자본주의적 삶과 연관된 ‘속도’에 대해 논하고 있다. 자료1의 경우 심리적 여유의 상실, 행복감 저하와 같이 속도에 대한 집착이 낳은 부정적 결과를 지적하며 느림의 미학을 회복할 것을 주장한다.

그에 반해 자료2는 속도에 입각한 삶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디지털 신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조건이라는 입장을 개진한다.

1번의 경우 분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각각의 핵심을 정확히 두 문장 정도로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 자료1의 경우 속도에 대한 비판과 느림의 미학 회복, 자료2의 경우에는 속도는 필수적 생존 조건이라는 것을 키워드로 핵심을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

◆2번 답안의 방향

자료 2에 제시되어 있듯 빠른 속도는 오늘날 디지털 신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인 삶의 조건이다. 급변하는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민첩한 분석과 판단 적응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료1이 말하는 느림의 미학은 개인적 삶의 차원에서는 가치를 지닐 수 있어도, 사회적 차원에서 대안이 되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빠른 속도가 돌이킬 수 없는 삶의 조건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이에 대한 단순한 거부는 곧 현실로부터의 도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윤환 논술단기학교 대표강사·대치 아토즈논술 원장

물론 제시문 1에 제시되었듯, 속도로 인해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성찰하는 작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변화하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비판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빠른 속도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린 지금의 상황을 적극 수용하면서 그 안에서 속도로 인한 병폐를 완화,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 문제의 경우 제시문 1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속도에 대한 강박을 부정적으로 보는 데 반해, 제시문 2는 보다 이를 생존조건으로 보고 수용하자는 입장이다.

이 둘의 차이를 정확히 찾았다면 제시문 2의 입장에서 제시문 1에 대한 비판의 초점은 ‘현실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변화한 경제적 조건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제시문 1의 주장 역시 실현가능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속도와 단순히 절연된다면 그건 곧 경제적 도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주 요지로 비판을 전개해나가는 것이 안정적이다.

김윤환 논술단기학교 대표강사·대치 아토즈논술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