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내놓은 개혁안 초안의 특징은 내년부터 기존 연금 수급자와 고액 수령자에 대한 고통 분담 강도가 세진다는 것이다.
신규 공무원에 대해선 국민연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된다. 연금 수급자에 대해서는 최대 3% 재정 안정화 기여금을 부과해 은퇴자의 연금을 삭감한다.
평균 연금액의 2배 이상을 받는 고액 연금자의 연금을 2025년까지 동결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경제나 재정 상황이 어려울 때 덜 받고 상황이 개선되면 더 받는 유럽식 연금제도인 ‘자동안정화장치’와 수급액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연금 피크제’가 도입된다.
더 내고 덜 받는다는 측면은 기존에 여당의 의뢰로 한국연금학회에서 마련한 개혁안과 뼈대는 비슷하되 세부적으로 강화됐다. 정부 안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15년차 이하 재직 공무원에게는 상당히 불리하게 돼 있다.
정부안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은퇴 후 과도한 연금이 지급되지 않도록 기여금의 상한액을 평균과세소득의 1.8배에서 1.5배로 낮추기로 했다. 이렇게 하향조정될 경우 5급 이상 임용자는 21년차부터 연금이 같아지고 최고수령액은 약 17% 줄어든다.
애초 한국연금학회에서 마련한 개혁안이 기여금 인상에 걸리는 시간을 10년으로 잡았다면, 이날 보고된 정부안은 이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한 것이다.
2016년 이후 신규 임용자는 기여금이 4.5%가 된다. 연금 지급률은 현행 1.9%에서 재직자의 경우 2016년 1.35%로 낮아지고 2026년까지 1.25%로 떨어진다.
신규 임용자는 국민연금 인하 스케줄에 맞춰 2016년 1.15%에서 2018년 1.0%가 된다. 국민연금과 동일한 납입액과 수령액이 적용되는 것이다. 33년으로 정해진 납입기간 상한을 없애고 국민연금처럼 퇴직 때까지 기여금을 부담시키는 방안도 추진한다.
민간에 비해 미흡한 퇴직수당은 퇴직연금 형태로 전환해 올려주는 방안을 함께 보고했다. 기존 20년 이상 재직자만 비공상 장애발생 시 연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10년 미만 단기 재직자까지 확대해 재해보상 조치가 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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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공적연금 개악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관계자들과 처음으로 면담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새누리당이 이날 추가적인 보완을 지시한 것은 정부의 개혁안대로 시행하더라도 재정 감축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날 오전 안전행정부와의 당정협의에 참석했던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재정 절감과 관련해 강도가 굉장히 센데, 길게 보면 정부 돈은 공무원연금 적자의 30%밖에 절약이 안 되고 (적자의) 70%는 여전히 정부가 돈을 넣어야 한다”며 “정부안대로 실시해도 이것밖에 돈절약이 안 되느냐는 우려가 나왔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재정 절감과 관련해 연금학회안은 333조가, 정부안은 342조가 절감된다.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정협의 직후 기자들에게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이론적으로는 지금 하면 앞으로도 손을 안 댈 정도가 돼야 하는데 이래서는 또 손을 봐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여당 측은 공무원들이 받는 연금이 사실상 줄어드는 데 대한 연금 외적 인센티브가 충분히 포함되지 않은 점도 거론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사기진작 방안에 대해서 당이 요청했으나 포함이 되지 않아 강하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당은 앞으로 공무원단체 및 당내 의견수렴을 거쳐 고위 당정협의를 한 뒤 최종안을 확정하고, 국회 입법 논의 단계에서는 가능한 한 ‘당론’으로 입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백소용·김준영·김채연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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