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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춘향’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
이날 무대에서는 힘찬 남성 군무와 화려한 여성 군무가 인상적인 볼거리를 선사했다. 무용수들이 흩어지고 모이길 반복할 때마다 한복 자락이 휘날리며 색다른 느낌을 만들어냈다. 군무로 형상화된 운명 앞에서 몽룡과 춘향이 이별하는 장면은 비극미가 가미됐다. 마지막 암행어사 출두 장면은 박력이 넘쳤다.
은은한 천이 겹겹이 드리워진 그윽한 무대 역시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백을 살린 수묵화와 장지문의 단아함이 무대에 효과적으로 사용됐다. 한국적이되 토속적이지 않고 세련된 느낌을 잘 살린 무대였다. 전통적 소재를 잘못 활용하면 구수하고 오래된 느낌을 주기 쉽다. ‘춘향’은 한복과 여백의 미를 살리되 차이콥스키 음악에 맞춰 춤을 춤으로써 이런 함정을 피해갔다. 감상적이고 극적인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춘향’과 때때로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춘향전을 모르는 외국 관객이 작품 줄거리를 따라가기 어려워 보이는 점은 보완해야 할 대목이다. 장 평론가는 “몽룡의 아버지가 아들을 춘향과 떼어놓는 장면처럼 우리는 알지만 외국인은 상황을 알기 힘든 장면이 눈에 띄었다”며 “신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로서 설득력을 가지려면 대본을 더 손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남성 무용수의 춤에서 공중돌기나 그랑 주테 등 일부 동작이 중복됐고, 캐릭터와 상황에 따른 춤이 다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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