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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평가·검증없이… 변호사 '깜깜이 공익활동'

입력 : 2014-09-10 18:22:57 수정 : 2014-09-11 10: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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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공익활동 의무조항이 논란을 빚고 있다. 우리나라 변호사는 연간 20시간씩 의무적으로 공익활동에 참여해야 하지만 검증이 쉽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공익활동을 외면하다 적발된 변호사 가운데 상당수가 소액 벌금 납부도 거부해 제도 개선 목소리가 높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최근 2년 이상 공익활동 의무 조항을 위반한 변호사 52명을 적발해 그중 8명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개시를 신청했다. 이들은 변호사법 27조에 규정된 ‘공익활동 등 지정업무 처리의무’ 등을 위반해 징계 대상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변호사법 27조를 구체화한 서울변호사회의 ‘공익활동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변호사는 연간 20시간 이상의 공익활동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익활동에는 공익단체의 임원·직원으로 보수를 받지 않고 참여해 각종 공익사업·활동에 참여하거나 지원하는 활동이 포함된다. 또 변호사회에서 법률상담이나 재난 구호 등의 활동을 하거나 국선 변호·대리도 공익활동으로 인정된다. 로펌의 경우 소속 변호사 한 명이 대표 수행한 공익활동 시간을 소속 변호사별로 나눠 의무를 이행하기도 한다. 만약 변호사가 공익활동의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시간당 3만원의 벌금을 부과해, 이를 법률원조지원비로 사용한다.

이번에 적발된 변호사 52명은 공익활동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은 물론 시간당 부과되는 벌금까지 내지 않아 징계위에 정식 회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변호사회 한 관계자는 “52명 가운데 8명은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며 “변호사 업무를 하지 않는 등의 소명 사유가 있는 변호사는 징계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변호사법에 규정된 공익활동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실질적인 공익 활동의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변호사들은 자신이 수행한 공익활동에 대한 별도의 증명자료 없이 인터넷에 자의적으로 공익활동의 내용과 시간을 기재해 제출하면 된다. 이에 대해 대한변협이나 지방 변호사회의 평가·검증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실상 ‘깜깜이’ 공익활동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대부분 변호사가 세월호 유가족 법률지원과 같이 자발적으로 공익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20시간이라는 의무를 기계적으로 부과하는 것은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의 모든 활동은 기본적으로 공적 의무를 이행한다는 측면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공익활동 시간만으로 변호사를 평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며 “비리 변호사를 일벌백계하고 변호사 업무 전반에 공익활동적인 요소가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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