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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중 "성장 추구 한국, 세월호 기억해야"

입력 : 2014-08-19 15:35:01 수정 : 2014-08-19 15: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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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 '마음' 한국어판 출간 기념 간담회
"한국 정신적 선진국 기로에 서 있어"
 "우리는 죽음을 마주하면서도 그 죽음을 잊어버리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앞으로 나가는 것만이 살아있는 징표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멈춰 서서 사람들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가 왔습니다."

한국 국적의 재일학자 강상중(64) 세이가쿠인(聖學院)대학 학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19일 이같이 조언했다.

또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는지가 그 사회를 평가하는 기준"이라면서 "한국 사회가 드디어 정신적인 선진 사회가 될 것인지, 안 될 것인지 하는 분기점에 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는 여태껏 분단 상황에서 안전 문제가 안보와 관련돼 왔다"면서 복잡한 한국 사회에서 안전 문제가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 경제가 별로 좋지 않는 상황에서 오로지 경제성장에만 매진, 이런(세월호) 비극을 잊어버리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첫 소설 '마음'의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방한한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책 내용이 마치 한국에서 일어난 세월호를 암시하는 것 같아 놀랐고 두렵기까지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책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도중에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는데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인문 에세이 '살아야 하는 이유' '고민하는 힘' 등에서 삶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져온 강 학장은 이번에는 소설의 형식을 빌어 삶의 근원적인 문제를 성찰한다.

소설의 키워드는 '죽음'이다.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은 강 교수는 이 소설에 자신을 실명으로 등장시킨다. 소설 주인공은 친구의 죽음으로 혼란스러워하는 대학생.

주인공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바다에 빠져 있는 시체를 인양하는 작업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주인공 대학생의 소설 속 이름은 강 학장 아들의 이름과 같다. 주인공은 강 교수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상처받은 마음을 열고 삶의 의미와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면서 인간의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두 사건·사고를) 보면서 국가와 공적인 영역이 완전히 붕괴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인간은 스스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책 집필 배경을 밝혔다.

강 학장은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300명이나 되는 많은 학생이 산 채로 물에 빠져 방치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면서 "그 장면을 미디어를 통해 본 한국 국민은 국가나 공적 영역이 붕괴하였음을 실감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장면을 보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개인이 어떻게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세월호 사건을 겪은 한국과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경험한 일본이 현재 유사한 상황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월호 사건이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건이 일본 사회에 준 것과 같은 큰 충격을 한국 사회에 줬다는 것이다.

그는 "오로지 성장만 추구하며 풍요만 향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던 한국 사회가 우리가 대체 무엇을 해왔고 무엇을 하고 있나며 허탈에 빠졌다고 생각한다"면서 "동시에 행복이란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젊은이들도 많이 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사고 현장을 찾은 그는 "연령을 불문하고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진 사람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세월호 사건을 경험한 한국의 젊은이들도 기성세대와 정치에 대해 큰 불신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세월호 사건이 1997년 IMF 위기보다 더 큰 마음의 상처를 한국 국민에게 줬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IMF 위기는 김영삼 정권에서 김대중 정권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무사히 탈출했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 한국 사회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경제적, 물질적 문제가 아니어서 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치가의 말도 그다지 큰 의미가 없고 경제인의 말도 공허하게 들릴 것"이라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눈에 보이게 형상화하고 의미를 갖게 하는 것은 문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을 생각하면 제 책을 읽는다는 것이 굉장히 힘든 일일수도 있겠지만 제 책이 마음을 정화하고 치유하는 과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행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가톨릭 신자도 아닌 일반 시민이 (프란치스코) 교황에 열광한 것도 마음 한구석에 있는 공허함을 메우고자 한 희망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동일본 대지진 후 일본 정치권의 행보에 대해서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아베 정권이 도쿄올림픽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사미 원전 사고를 국민의 기억 속에서 '망각'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 9·11 테러를 겪은 미국의 경우 "9·11 이후 부시가 취한 정책은 'revenge'(복수)"라면서 "미국 내에서 이런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외부에 문제를 전가하면서 이라크 전쟁에서 나타나는 진흙탕 같은 모습들이 초래됐다"고 분석했다.

소설 집필을 통해 치유를 받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혀 치유되지 않았다"면서 "치유가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이야기로 풀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들이 죽었을 때 정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했다"는 그는 "죽은 사람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그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살아남은 사람의 가장 큰 숙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죽은 이들이 무엇을 남겼는지 다음 세대에 전해주는 일이 살아남은 사람들이 남은 생을 살아가는 의미"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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