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관료+마피아)는 국가 차원의 척결 대상 1순위가 됐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처리를 다짐했던 관피아 방지법은 모두 소관 상임위가 붙잡아 두고 있다.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이해충돌방지법안)은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의 의견까지 수렴한 상태지만 정무위의 법안소위 구성이 지연되면서 논의가 공전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무위가 국무조정실과 국가보훈처 등 정부 기관과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금융당국의 법안소위를 분리해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여야 원내지도부 협의 사항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법안 내용에 대해서도 여야가 상당 부분 의견접근을 마쳤지만, 법 적용 대상을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에까지 확대하자는 야당의 요구로 타협이 필요하다.
공직자의 취업제한 대상기관을 확대하고 취업제한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공직자 윤리법’도 대표적인 관피아 방지법이다. 기본 취지에는 여야가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은 국민권익위원회가 통합 관리하고 있는 공직윤리업무를 국가청렴위원회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국가청렴위 부활은 공직자 윤리법뿐 아니라 정부조직법까지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라 추가 논의가 불가피하다.
세월호 참사처럼 다수의 인명피해 사고를 저지른 이에게 최대 징역 100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다중인명피해범죄의 경합범 가중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도 논란의 대상이다. 이 법안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대국민담화에서 “심각한 인명피해 사고를 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엄중한 형벌이 부과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제정안이 아닌 특례법이지만, 야당은 “현행 형법 체계 전반의 틀을 바꾸는 것인 만큼 공청회를 비롯한 사회적 의견수렴 작업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병언법’으로 불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같은 이유로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상속·증여재산을 몰수 대상에 포함시키고 범죄수익 은닉죄의 형량을 징역 5년 이하에서 10년 이하로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다.
묵념하는 세월호 유가족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 평가발표회에서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목진휴 국민대 교수는 “세월호 특별법과 김영란법은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진 만큼 여야가 서로 양보를 통해 서둘러 법안을 처리하고 세부사항들에 대해 추후 논의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세준·박영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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