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 고조 전술에 치여
인권 유린 문제는 상대적 소홀
국제 사회 지속적인 관심 절실
북한 하면 핵과 미사일이 먼저 떠오른다. 김정은 정권은 핵 포기 의사가 전혀 없는 가운데 핵과 미사일 고도화를 계속 추진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기만전술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사일 실험 도발과 더불어 러시아와 ‘유사 핵 동맹’에 준하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어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위협하고, 고농축 우라늄 공장 시설을 공개하는 등 ‘핵보유국 북한’ 각인에 열심이다.
국제사회는 북핵 및 미사일 고도화에 비해 북한 주민의 인권 유린 문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룬다. 현 한국 정부는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의 신분인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이 북한의 궁극적인 변화를 이끄는 근본 요소로 판단하여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 매년 7월14일을 ‘탈북자의날’로 제정하고, ‘광복절 8·15 담화’를 통해 ‘통일선언’을 발표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북한 문제를 안보적 시각보다는 인권적 시각으로 다루겠다는 전향적 의지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사실 북핵 문제와 북한 인권 문제는 동전의 양면이다. 북한의 핵 개발이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되면서 자원 착취뿐 아니라 강제노동, 공포통치, 억압적 정보통제 등 주민 통제가 심각한 인권유린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착취당하는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노동 수입이 핵개발 자금으로 쓰이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또 북한 주민들은 방사능 피폭 위협에 노출돼 생명권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 점에서 북핵과 인권 문제는 같은 범주에 속하는 ‘동전의 양면’이다.
유엔사무국은 제79차 유엔 총회에 제출할 북한 인권 상황 보고서를 지난 9일 공개했다. 유엔 총회는 매년 인권을 담당하는 제3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해 왔으며, 예년처럼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해 왔다. 이번 보고서는 북한의 사형제도 남용, 이동의 자유 제한과 인권 침해 가해자 문책, 모든 정치범 석방과 정치범 수용소 해체, 정치적 의견과 사회적 배경에 따른 임의적 체포와 투옥 중단을 강조하면서 개선을 촉구했다. 특히 이번 인권보고서는 기존의 북한 인권보고서가 강제노동, 강제 실종 등에 초점을 맞춘 것과 명실상부한 인간의 권리, 즉 천부적 인권을 언급한 점에서 본질적 인권에 대한 접근을 우선으로 한다.
인권은 말 그대로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인간의 권리와 지위와 자격, 한마디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한류를 차단하고 남한 문화를 배척하기 위해 ‘청년 교양 보장법’, ‘평양 문화어 보호법’, ‘반동 사상문화 배제법’ 등 소위 3대 악법을 제정해 인권을 제약하고 있다. 지난 4월 앰네스티 인터내셔널도 한국식 언어와 콘텐츠의 사용 및 전파가 적발될 경우 공개 처형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인권유린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이 가입한 ‘시민과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제17조에서 제19조가 보장하는 사생활의 자유,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 인권의 열악한 상황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북핵과 미사일로 인한 한반도 긴장 고조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관심이 약해진 것도 사실이다. 북한의 진짜 문제는 핵이나 미사일이 아니라 인권 문제일지도 모른다. 김정은이 내부 문제가 북한의 미래를 나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 것은 보편적 인권을 무시한 북한식 내부통제가 가져올 불안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물론 북한은 유엔 인권기구가 개별 국가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 잣대이며 북한에 대한 모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인권을 중시하는 미국 유럽 등 서방세계는 물론 합법적인 심사 절차 없이 탈북자 강제 북송을 반복하는 중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국제적 보편적 가치를 지닌 인권 증진은 국제사회의 공동 책임이다. 북한 당국의 각성이 최우선이지만, 천부 인권에 바탕한 보편적 권리로서의 북한 인권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 북핵 문제 해결의 또 다른 지름길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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