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직전까지 강원 소방헬기 조종사가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한 것으로 보였다.
17일 오전 10시 54분쯤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 단지와 학교 인근에서 발생한 소방헬기 추락 사건을 눈으로 목격한 일부 시민들은 "조종사가 참사를 막기 위해 끝까지 조정기를 놓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현장 인근에 사는 김모(53)씨는 "헬기가 추락한 곳으로부터 10여m 떨어진 곳에 학교와 고층 아파트 단지, 단독주택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조금만 방향이 틀어졌어도 대형 인명피해를 입을 뻔 했는데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두두'하는 소리가 점차 굉음으로 변해 '무슨 일인가' 싶어 사무실 밖으로 나가봤더니 4∼5초 사이에 '꽝'하는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헬기가 추락 직전까지 낮게 비행하다 사람이 없는 큰 도로변 옆으로 떨어졌다"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조종사가 탈출보다는 안전한 추락장소를 찾았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다른 목격자도 "추락할 때 헬기가 낮게 비행하다 '팍팍팍팍'하는 소리와 함께 빙글빙글 돌다 인적이 없는 곳으로 떨어져 폭발했다"고 전했다.
그는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조정사가 인구밀집지역을 피해가기 위해 끝까지 조정기를 잡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 헬기는 세월호 수색 현장 지원을 마치고 복귀하던 강원 소방1항공대 소속 AS350N3 기종으로, 2001년 유로콥터에서 생산돼 국내 도입됐다.
소방헬기로 이날 오전 10시54분께 광주 광산구 장덕동 수완지구 한 아파트 인근 도로변 인도로 추락해 폭발했다.
이 사고로 헬기에 타고 있던 기장 정모(52) 소방경, 부기장 박모(50) 소방위, 정비사 안모(38) 소방장, 구조대원 신모(42) 소방교, 이모(31) 소방사 등 5명이 전원 사망했다.
사고 주변을 지나가던 고등학교 3학년 박모(18)양이 헬기 파편에 화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탑승자들은 지난 14일부터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 참사 현장 지원을 마치고 이날 오전 10시49분 광주공항을 떠나 춘천으로 복귀하던 길이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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