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범수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대학시절부터 늘 연기자란 직업을 업 삼아 오직 한 길을 걸어온 배우. 그렇기에 ‘배우 이범수’ 아닌 다른 사람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사람.
그가 악역이자 주연으로 참여한 영화 ‘신의 한 수’(감독 조범구)가 할리우드 대작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를 제치고 흥행 순항 중이다.
영화에 참여한 배우들의 어깨에도 한껏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 배우 정우성과 투톱을 이루며 절대악의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한 배우 이범수는 작품성에 있어서나, 오락성에 있어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났다며 기쁜 마음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인터뷰에서 그는 “오랜만에 에너지를 충전해서 열심히 임한 작품으로, 좋은 시나리오와 동료배우, 그리고 스태프들이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자부한다”고 ‘신의 한 수’에 대한 극찬을 쏟아냈다.
배우이자, 두 아이의 아빠, 그리고 대학 교수(학과장)으로 살면서 ‘인생의 영화’를 한 편 꼽아달라고 그에게 부탁했다. 그랬더니 “당연히 신의 한 수”라는 유쾌한 답변과 함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 ‘대부’(1972)가 귀에 들려왔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 누아르 영화사의 ‘절대 고전’이라 표현해도 될까. ‘대부’는 첫 개봉한 지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 영화팬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에 이범수는 누아르가 아닌 ‘가족드라마의 힘’을 그 이유로 꼽았다.

제목: 대부(1972, 미국)
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국내개봉: 1977년 5월25일
장르: 범죄, 누아르
러닝타임: 175분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누와르 영화인 ‘대부’는 겉으로는 미국으로 이주한 이탈리아 마피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깊게 들어가 보면 가족을 위한 사랑 이야기도 녹아 있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죠.
‘신의 한 수’는 바둑과 액션이 어떻게 어우러질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영화인데, ‘대부’ 역시 거친 마피아 세계와 부드럽고 달콤한 가족애가 어우러져 묵직한 감동을 안겨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바로 엔딩 장면이에요. 극 중 알 파치노가 연기한 마이클 꼴레오네의 손등에 조직원들이 키스를 하는 장면이죠. 아버지 비토 꼴레오네(말론 브란도)가 이끌던 조직의 보스가 된 마이클. ‘마피아의 대물림’ 순간이랄까요.
아버지처럼 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보스가 되면서 가족을 지켰고,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 그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2010년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되기도 한 ‘대부’는 마리오 푸조의 실제 ‘마피아’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1972년 미국에서 개봉한 후, 이듬해인 1973년 ‘제45회 아카데미상’ 작품상·남우주연상(말론 브란도)·각본상을 수상했다.
이탈리아 이민자로서 미국에서 활동하는 마피아 두목 자리에 오른 돈 꼴레오네(비토 꼴레오네)와 그의 일가의 파란만장한 삶을 대서사 속에 담고 있다.
마피아들의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세계, 그러나 자신의 가족만큼은 목숨을 내놓고서라도 지키려 하는 진짜 사나이들의 이야기가 감동을 안겨준 작품. 사회와 가족, 인생을 꿰뚫는 듯한 촌철살인 대사, 지금도 수많은 누아르 영화들의 '교과서'가 되고 있는 장르색 짙은 미장센과 시퀀스 등으로 원작 소설을 뛰어넘는 걸작의 탄생을 알렸다.
1편이 개봉한 지 2년 만에 선보인 ‘대부 2’(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전편만한 속편 없다’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깨고 흥행이나 작품성에 있어 큰 성공을 거뒀다. ‘대부 2’ 역시 ‘제47회 아카데미상’ 작품상·감독상·남우조연상(로버트 드 니로)·각색상·미술상·음악상 등 6개 부문을 수상, 속편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대부 2’의 경우, 1편에서 죽은 비토 꼴레오네의 젊은 시절(로버트 드 니로)과 새로운 두목이 된 마이클의 모습을 교차편집해 꼴레오네 가족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른 색다른 시도로 각광 받았다.
말론 브란도, 알 파치노, 제임스 칸, 로버트 듀발, 다이안 키튼 등 명배우들의 연기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연출 외에도 니노 로타의 OST는 수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명곡으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대부 2’의 경우, 1편에서 죽은 비토 꼴레오네의 젊은 시절(로버트 드 니로)과 새로운 두목이 된 마이클의 모습을 교차편집해 꼴레오네 가족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른 색다른 시도로 각광 받았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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