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등 세밀화 곳곳 실어

종이 국어사전의 종말이 임박한 시대지만 보리국어사전은 “잘 만든 사전은 팔린다”는 공식을 입증한 베스트셀러다. 2008년 5월 초판이 나오자마자 알라딘, 인터파크 등 온라인 서점에서 사전 부문 판매 1위를 휩쓸었고, 3월 말 현재 총 18만3488부가 판매됐다. ‘KBS 책 문화대상 최고의 책’, ‘한국출판문화대상’,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간행물문화대상 저작상’,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추천도서’ 등 국어사전으로는 이례적으로 출판계에 돌풍을 일으키며 화려한 수상 기록을 세웠다. 지난 2월에는 초판이 나온 지 6년 만에 개정판도 나왔다. 세계일보가 국어사전 전문가에게 물은 ‘국민에게 권하고 싶은 좋은 국어사전’ 조사에서도 연세한국어사전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추천을 받았다.
최근 경기도 파주 보리출판사에서 만난 윤 대표는 “이번에 나온 개정증보판에는 개정된 교과서와 어문규정, 바뀐 행정구역과 문화재 이름 등을 반영하다 보니 초판보다 64쪽이 늘고 세밀화도 2400점에서 300점 더 늘었다”고 소개했다.

총 2700점을 그려넣기 위해 세밀화 작가만 36명이 투입됐지만, 솜털 하나하나까지 묘사하는 세밀화 특성상 상당한 제작기간이 필요했다. 종이도 뒷면이 비치지 않고 눈이 피로하지 않은 고급지를 쓰다 보니 보리사전의 가격은 다른 초등사전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럼에도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다른 사전과 올림말(표제어)이 다르고, 뜻풀이가 쉬우며 용례도 문학작품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주고받는 말을 인용했기 때문”이라고 윤 대표는 분석했다.
보리사전에는 다른 사전에 비해 순우리말과 북한어가 많이 등재됐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남과 북의 아이들이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는 데 밑거름이 되리라는 윤 대표의 믿음 때문이다.
대학 1학년 때 6권짜리 우리말큰사전을 하루 1시간씩 정독할 정도로 우리말 사랑이 남달랐던 윤 대표는 “해방 이후로 어원사전, 발음사전, 용례사전 등 굉장히 중요한 사전들의 편찬이 중단되거나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번에 개정판도 냈지만 사전편찬인력을 정규직으로 유지하기는 힘든 형편”이라며 “예산만 충분하다면 우리말의 뿌리를 밝히는 어원사전과 발음사전을 꼭 만들고 싶다”고 국어사전에 대한 애착을 나타냈다.
특별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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