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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위기의 가정…"패륜범죄 절반, 가정불화서 비롯"

입력 : 2014-06-17 19:17:20 수정 : 2014-06-18 18: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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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계단에 오르시다 넘어져 의식을 잃은 것 같아요.”

지난 1월19일 대전의 119상황실에 한 남성의 전화가 왔다. 하지만 경찰이 육안으로 확인해 보니 노인의 몸에 난 상처는 계단에서 굴렀다기보다는 구타로 인한 것으로 의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을 통해 타살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경찰은 전화를 걸었던 아들 A씨를 붙잡아 아버지(65)를 살해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A씨는 경찰에서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생활고와 아버지의 계속된 폭행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부모나 자식을 살해하는 패륜범죄 가운데 절반가량이 A씨 경우처럼 가정불화가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가정 폭력과 불화는 ‘남의 집 일에 참견하지 않는다’는 통념으로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위기가정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 정성국 검시관(이학박사)이 내놓은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본인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숨지게 한 살해사건은 381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남성이 332명으로 87.1%를 차지했고, 여성은 49명(12.9%)이었다.

패륜범죄의 동기는 가정불화가 188건(49.3%)으로 가장 높았고, 정신질환(130건, 34.1%)과 경제문제(58건, 15.2%)가 뒤를 이었다.

존속살해 가해자 39%(151명)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고, 나머지는 정상이었다. 특히 가해자 가운데 23명(6%)은 범행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해자의 연령은 20∼40대가 80%였다.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범죄는 230건으로 나타났다. 자녀 살해의 범행 동기 역시 가정불화가 102건(44.3%)으로 가장 많았고, 경제문제(62건, 27%), 정신질환(55건, 23.9%) 순이었다. 자녀를 죽인 부모들의 연령은 30∼40대가 80%를 차지했다.

피해 자녀의 연령은 0∼9세가 59%, 10∼19세가 28%로 부모에게 대항하지 못한 채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가해 부모 230명 중 102명(44.3%)은 자책감 등으로 범행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 검시관은 “부모가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해 범행하는 경향이 높다”며 “가정불화가 높아지는 명절을 전후로 패륜범죄 발생 비율이 높고, 어릴 때 부모에게서 받은 가정폭력이 상처가 돼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복지·교육기관과 시민단체, 수사당국이 유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관심을 갖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가정 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영탁 기자 o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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