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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너무 참담…요양원 모신 내가 불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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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아버지 술 못 드시게 입원시켰는데…”
한달음에 달려온 유족들 오열
“이렇게 당사자가 되니 너무 참담…요양원 모신 내가 불효자” 자책
“아버지만 찾아서 구조할 수는 없었습니다.”

전남 장성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의 화재 진압에 긴급 출동한 소방관 홍모씨는 뜻하지 않는 아버지의 주검 앞에 눈물만 흘렸다. 치매를 앓아 고생하던 홍씨의 아버지는 얼마 전 효사랑병원에 입원했다.

비번으로 깊은 잠에 빠져있던 28일 홍씨는 오전 0시27분쯤 소방서로부터 긴급 출동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불이 난 곳은 다름 아닌 아버지가 입원해 있던 효사랑병원이었다. 가슴을 졸이며 현장에 도착한 홍씨는 또 한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아버지가 입원해 있던 별관동 2층에서 화염이 솟구쳐 올랐기 때문이다.

홍씨는 유독가스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던 거동 불편 환자들을 업고 건물 밖으로 내보내는 구조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버지만 찾아다니며 구조를 할 수는 없었다.

불이 꺼지자 홍씨는 아버지를 찾아 나섰다. 스스로 걸어나온 6명의 명단에도 아버지의 이름은 들어있지 않았다. 아버지가 병실에서 구조돼 병원 마당에 누워있을 것으로 보고 아버지를 불러봤지만 한발 늦었다. 벌써 아버지는 위독 환자로 분류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뒤였다.

홍씨는 아버지가 있는 병원으로 달려갔으나 작별인사조차 나누지 못했다. 동료들은 “홍씨가 화재를 진압하면서 얼마나 애를 태웠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홍씨는 “구조를 하면서 아버지를 생각했지만 현장에서 구조 원칙과 팀원들과의 합의를 저버릴 경우 더 많은 인명피해로 이어져 무사하길 빌기만 했다”며 “막상 아버지가 이송된 병원으로부터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고는 마음이 너무 허전하다”고 오열했다.

화재로 숨진 김재명(83)씨의 아들 김모(48)씨는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광주 광산구의 한 병원에 차려진 장례식장에서 만난 김씨는 “어머니께서 오래전에 돌아가시고 혼자 되신 아버님이 10년 전 일을 그만둔 뒤로 매일 술을 드시다 알코올성 치매가 와 4년 전쯤 이곳에 입원시켰다”며 “아버지께서 술을 드시기는 했지만 혼자 광주에서 인천까지 다녀갈 정도로 건강하셨는데 병원에서 꼼짝도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김씨는 “(병원 구조가) 엘리베이터가 열리면 바로 간호사실이 나오고 거기서 유리문을 열어야만 환자실로 갈 수 있는데 안에서 밖으로 나올 때 번호를 누르게 돼 있다”며 “아버지는 움직이는 데 불편함이 없는 데다 발화 지점과도 떨어진 방에 있어서 충분히 (살아서) 나올 수 있었을 텐데 문을 못 열어서 나오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화재로 형을 잃은 장모(45)씨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도 직접 당해보지 않아 어떤 느낌인지 몰랐는데 이렇게 당사자가 되고 보니 너무 참담하다”며 “부모님도 요양병원에 계신데 형님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 줄초상이 날까봐 사망 소식을 숨기고 있다”고 울먹였다.

2008년부터 뇌출혈로 요양병원에 입원했다가 변을 당한 김모(51)씨는 연고자를 찾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장성군 관계자는 “김씨가 2008년 10월에 완도에서 고기잡이를 하다가 머리를 다쳐 뇌출혈이 있은 뒤로 이곳 병원에 입원했다”며 “연고가 전혀 없어 보호자를 군수 이름으로 올려놓고 계속 가족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장성=한현묵·한승하·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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