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기 대회는 인천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대회 1차 선발전을 겸해 열렸다.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으니 당연히 대표팀 선발전에서 최선을 다한 뒤 아시안게임을 겨냥할 것이라 예상했다. 앞으로 남은 선발전을 어떤 각오로 임할지 물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답이 돌아왔다.
“국가대표요? 뭐, 뽑히면 좋고 안 되면 말고요. 하하하. 그런데 세계선수권은 꼭 나가보고 싶어요. 스페인에서 열리는데 꼭 한 번 가 보고 싶었거든요.” 새로 작성한 한국 신기록에 대해서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채점 기준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기록이라고는 해도 곧 깨질 것 같은데…”
겸손이 과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감이 모자란 걸까.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그의 태도가 너무 긍정적이었다. ‘안 되면 말고’ 식의 사고방식이 아니었다. 자신의 일에 대해 남의 일처럼 관조의 태도를 보이는 것 역시 마인드 컨트롤의 일종이었다. “물론 국가대표에 선발되고 싶죠. 좋은 성적도 내고 싶고요. 그런데 사격은 점수 싸움이잖아요. ‘점수를 잘 내야 되는데, 여기서 못 쏘면 떨어지는데…’ 이런 생각이 들면 오히려 더 못할 것 같아서 일부러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박해미가 사격을 시작하게 된 건 여느 선수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중학교에 사격부가 있었고, 호기심에 사격부에 들어갔다. 실업팀에 들어가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고등학교 때였다. “집안 형편이 좀 그랬어요. 그래서 대학 진학보다는 제가 잘하는 사격으로 직업을 삼는 게 가장 빠른 길일 것 같아 실업팀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진짜 사격에 대한 열정이 생긴 건 올해부터라고 털어놨다. “사실 사격을 해오면서도 크게 미련이 없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이것(사격) 말고 먹고 살 게 없겠나’ 하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랬던 그의 생각이 바뀌는 데는 특별한 사건이 필요치 않았다.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가끔씩 훈련하기 싫을 때가 있잖아요. 지난해 말쯤에도 그랬어요. 기록이 마음먹은 대로 나오지 않으니까 하기 싫은 거예요. 그래서 기왕 성적이 안 나올 거면 재밌게라도 한 번 쏴 보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섰습니다.” 이 경기에서 박해미는 만점을 쐈다고 했다. “이때 처음으로 느꼈죠. ‘생각을 바꾸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이 바뀌니 태도가 바뀌었고 흥미가 생기자 뚜렷한 목표도 생겼단다. “일단 세계선수권에 나가고 싶고, 2년 뒤에 열리는 올림픽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직 그는 먼 미래에 대한 계획을 짜 놓지 않은 상태다. “일단 사격 선수로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고 싶어요. 지금처럼 재미있게 하다 보면 잘돼 있지 않을까요? 하하하.”
이제 첫발을 뗀 박해미의 ‘재미있는 사격’이 마지막으로 향할 곳은 어디인지 기대된다.
화성=이우중 기자 lol@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AI 글라스 커닝](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6/10/128/20260610518506.jpg
)
![[세계포럼] 총포탄은 善人·惡人 구분 안 한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25/128/20260225519433.jpg
)
![[세계타워] 부동산은 산수가 아니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15/128/20260415524715.jpg
)
![[김형배의공정과효율] ‘AI 의사’ 표시 의무화, 공염불 될라](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6/10/128/20260610518373.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