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조사기관·방법·의뢰자 따라 ‘들쭉날쭉’… 표심은 헷갈린다

입력 : 2014-04-06 19:38:14 수정 : 2014-04-06 23:00:4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협회 가입된 기관만 42개 달해
선거철 ‘반짝 영업’도 부지기수
지난달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이 술렁였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 캠프에서 낸 보도자료 때문이다. 김 전 총리 측은 “일부 언론이 보도한 서울시장 예비후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앞서 보도된 여론의 흐름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의아스럽다”며 “향후 왜곡된 조사 결과 보도 행태가 나타날 경우 강력한 자구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론관에선 “김 전 총리 측이 너무 나갔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들쭉날쭉한 여론조사 결과가 혼란을 부추긴다”는 동정론도 만만치 않았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기관들이 대목을 맞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광역·기초단체 후보자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유권자들에게는 후보 선택을 위한 참고자료이자 선거 판세를 가늠하는 잣대로 활용된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가 조사기관과 의뢰자, 정파 이해 등과 얽혀 신뢰성을 상실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유권자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00개 넘는 여론조사 기관, 조사방법도 제각각


사단법인 한국조사협회에 따르면 6일 현재 협회에 가입된 여론조사 기관은 42개에 달한다. 이들 기관은 비교적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군소 여론조사 업체까지 합치면 여론조사 기관은 2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선거철 몇 개월만 반짝 영업을 하다가 선거가 끝나면 문을 닫는 업체도 부지기수라 한다.

기관마다 조사 방법도 제각각이다. 전화조사의 경우 면접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과 녹음된 질문을 들려주는 자동응답(ARS) 방식이 있다. 거기에 집 전화만을 대상으로 하는 방식과 집 전화에 휴대전화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전화번호부를 기반으로 조사하는 방식, 국번 외 나머지 번호를 컴퓨터가 자동으로 생성해 무작위 전화를 거는 RDD(Random Digital Dialing) 방식도 있다.

문제는 어떤 방법을 택하느냐에 따라 조사 결과가 춤을 춘다는 점이다. ARS 조사는 응답률이 떨어지고, 집 전화만을 대상으로 한 경우에는 직장인들이 배제되거나 연령층을 고르게 반영할 수 없게 된다.

휴대전화를 포함하면 해당 선거구의 유권자가 아닌 사람들의 응답이 반영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질문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도 중요하다. 보기 중에 ‘지지정당이 없다’라는 항목을 넣느냐 안 넣느냐에 따라 조사 결과에 큰 차이가 나는 식이다.

6·4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 판세와 출마 후보자별 지지율 등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되고 있지만, 신뢰도가 낮은 여론조사도 적지 않아 유권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서울 송파구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국동시 지방선거 공정선거지원단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은 엄정중립의 자세로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할 것을 결의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후보자와 결탁… 여론조사 결과 조작도

사정이 이렇다보니 돈만 주면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해주는 불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불법 선거여론조사 행위가 13건 적발됐다. 울산선관위는 지난달 7일 여론조사를 한 사실이 없는데도 조사한 것처럼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기사를 보도한 A기자와 소속 신문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달 21일 파주시선관위도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실린 지방 일간지를 배포한 이모(54)씨를 고발했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 매체들뿐 아니라 정치브로커가 후보자에게 직접 접근해 돈을 받고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해주는 사례도 빈번하다. 브로커가 여론조사 실시기간에 단기 전화를 수천 회선 개통한 뒤 연령과 성별 등을 나눠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답변하게 하는 등의 수법으로 결과를 조작한다. 응답률이 낮은 ARS 방식의 경우 조작이 더욱 쉬워진다.

각 당이 6·4지방선거 공천 지표로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고 있어 후보자들이 브로커의 달콤한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선관위는 지난해 7월 불법선거여론조사조사팀을 꾸린 데 이어 지난달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불법 여론조사 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여론조사 혼탁 막기 위한 단속과 자정노력 필요

조사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그만큼 비용이 필요하다. 비교적 신뢰도가 높은 전통적 방식의 전화 인터뷰로 표본 1000명을 조사할 경우 1000만원 정도가 들지만 ARS의 경우 4분의 1 수준인 200만∼300만원이면 가능하다. ARS 조사가 판치는 이유다. 전화 인터뷰 조사는 응답률이 10∼20% 정도를 기록하지만 ARS 조사는 1∼3%에 그친다. 조사 결과가 특정 계층이나 연령층을 배제하는 등 여론을 대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 조사에선 표본 추출 시 성별, 연령, 지역 구성비 등을 따져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응답자 비율을 높여야 하지만 비용과 시간상의 문제로 ‘초치기’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부 여론조사 보도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 언론 보도도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오차범위 내에 있는 지지율 차이에 순위를 매기거나 수치를 확정적으로 보도해 유권자에게 혼란을 야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조사 대상이나 표본 크기, 응답률 등을 누락하는 경우도 많다. 선관위 산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1월23일 6·4지방선거와 관련해 불공정 여론조사 보도를 한 29개 인터넷언론사, 76건의 보도에 대해 경고 및 주의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