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검인정교과서 특별대책위원회는 27일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가격조정 명령으로 교과서 발행 생태계를 철저히 파괴했다"며 "더구나 스스로 추진했던 '교과서 선진화' 정책을 뒤집어 발행사들에 엄청난 피해를 안겼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가 교과서 선진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고품질의 교과서를 만들도록 유도해 제작비가 크게 올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다시 규정을 바꾸고 강제로 가격을 낮춰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교육부는 없는 규제를 만들어 교육기업을 고사시키고 교과서 개발에 참여하는 수 천명의 일자리를 앞장서서 없애고 있다"며 "이는 규제 개혁과 일자리 창출에 힘쓰는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책위는 이번에 교육부가 산정한 교과서 가격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과서 단가를 산정할 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나 발행 후 수정·보완을 위해 들어가는 사후 비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아 현실성이 없다고 항변했다.
금성출판사 대표인 김인호 대책위원장은 "(교육부가 가격이 비싸다고 하는데)업체 간 판매 경쟁으로 교과서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교육부가 소급입법까지 해가면서 가격을 낮춘 것은 과잉 규제"라고 지적했다.
발행사들은 교과서 가격이 정상화될 때까지 발행과 공급을 중단하고 가격이 하향조정된 교과서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교육부의 가격조정 명령을 중지할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진행하기로 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이미 교과서 공급을 마친 상황이지만 전학생과 교과서를 잃어버린 학생은 업계의 발행 거부로 새로 구할 길이 없어졌다.
교육부는 이날 올해 새롭게 출간된 초등학교 3∼4학년, 고등학교 전 학년의 검정 교과서 30종 175개 도서 가운데 171개에 대해 가격조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초등 3∼4학년 교과서 가격은 출판사의 희망가격 평균인 6891원에서 34.8%(2399원) 인하된 4493원, 고등학교는 희망가격 평균인 9991원에서 44.4%(4431원) 내린 5560원으로 각각 결정됐다.
반면 출판사들이 제시한 최대 인하폭은 희망가격의 20%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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